서초동 법썰

'1시간 무단주차'로 형사재판行… 엇갈린 1·2심, 대법 판단은[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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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9.15. 오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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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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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남의 빌라 주차장에 용무도 없이 1시간가량 무단으로 차를 세웠다가 형사 재판까지 받게 된 운전자의 이야기다. 2021년 8월20일 오후 1시14분 A씨(30·남)는 서울 서초구의 5층짜리 빌라 1층에 승용차를 댔다. 이 빌라는 1층이 개방된 구조인 필로티 형태의 건물이었다. 그는 빌라 주민이 아니었기에, 이를 발견한 관리인은 "차를 빼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A씨는 1시간가량 답하지 않았다. 돌아와서는 관리인과 다투기까지 했다.



검찰은 "관리자인 피해자나 거주자들이 주위에 없는 틈을 타, 임의로 차량을 주차 공간으로 진입시켜 건물에 침입했다"며 지난해 2월 A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형법 제319조 1항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건물 등에 침입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그 변호인은 "잠시 주차했을 뿐 건물에 침입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차한 공간은 형태 및 구조상 그 건물을 이용하기 위해 제공되는 곳으로서,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1시간 동안 주차를 했고, 관리인의 문자를 받았음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응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A씨에겐 적어도 건물 침입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수긍하지 않고 항소했다.

2심에선 판단이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6월 2심 재판부는 "A씨가 주차한 공간은 도로에 붙어 외부에 개방된 형태였다. 차단기를 비롯해 외부 진입을 막기 위한 장치도,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문도 없었다"며 "차량을 주차하고 관리인 요청에 따라 차를 빼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의 주차로 관리자나 거주자들의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 A씨가 건물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인 '침입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단순히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거주자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따른 것이다.

이번엔 검사가 불복하고 상고했지만,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최근 A씨는 기소된 지 약 1년 반만인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2심 판단에 건조물침입죄의 '침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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