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아파트 마련해줘라” 아버지 유언에도 유산 혼자 차지한 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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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09. 오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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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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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의 예시. 유언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를 써서 특정해야 하고, 유언 내용을 정리한 뒤 날짜와 유언자의 날인이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조선DB

“어머니가 낡은 주택에서 지내기 힘든 상황인데, 형은 본인 집이라고 주장하며 처분을 못 하게 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8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 방송된 사연이다. 세금 문제 때문에 큰아들 명의로 주택을 등기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기 집이라고 주장하는 형, 살아계신 어머니에게 집을 되찾아줄 방법은 없을까.

사연자 A씨는 “30여 년 전 아버지는 주택을 짓고 세금 문제로 큰형 명의로 등기를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형은 본인 집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상속할 마음이 없던 아버지는 어느 날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이 집은 나와 어머니가 평생 일군 것이다. 세금 문제로 등기를 큰아들에게 올리는 실수를 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때 갑자기 큰형의 부인이 발작 증세를 보였다. 그가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집 이야기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전 큰아들에게 전화로 “어머니에게 작은 아파트를 구입해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A씨는 “하지만 이후 형 내외는 어머니 찾아뵙기를 소홀히 하고 이제는 남보다 못한 자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형은 집에 대해서는 제게 말조차 못 하게 하고 만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단이 있는 노후한 주택에 지내기 힘든 어머니를 위해 집을 처분해 아파트를 마련해드리고 싶다는 A씨는 “아버지의 말을 녹음한 파일이 있는데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유언자의 이름과 연월일 없는 녹음파일, 효력 없어”

강효원 변호사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해당 녹음 파일은 유언으로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민법은 유언자가 자신의 이름과 녹음하는 연월일을 밝히고, 유언 내용과 이해관계 없는 증인 2명이 “유언이 정확하다”고 말한 내용까지 확인돼야 이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아버지가 전화 통화한 것을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이름과 연월일을 구술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증인도 없으므로 유언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언장도 마찬가지다. 유언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를 써야ㅜ하고 유언 내용을 정리한 뒤 날짜와 유언자의 날인이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녹음파일, 명의신탁 증거는 가능…상속재산 분할심판 청구해야”

다만 해당 녹음파일이 아버지가 집을 큰아들에게 증여할 생각이 없었다는 증거로 사용될 수는 있다고 강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명의신탁이 인정된다면 실제 집 소유자는 아버지가 된다”며 “그러면 이 집에 대해 어머니와 자녀들이 공동상속인이 되어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고 했다. 현재 장남 단독 명의로 등기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장남 역시 일부 지분만 상속받게 된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사연자를 포함한 공동상속인들이 이 집을 상속재산으로 해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서 해결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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