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산 첫사랑에게” “한달 두번 찾아오라”… 유언 공증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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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안에 부모들 잇단 문의… ‘임의 후견’ 이용 빈도도 높아져
유언 공증 성황

코로나19로 법조계가 불황을 겪는 가운데 ‘유언 공증’ 일감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유언 공증은 증인 2명을 세워 공증을 맡은 변호사에게 유언 내용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다. 재산 분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노인 사망률이 높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은 밀려드는 일감으로 직원들이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많다. 추석 연휴 직후부터 재산 분배를 고민하는 부모와 재산을 상속하고 싶어 하는 자녀들의 문의 전화가 더 늘었다고 한다. 1년에 평균 90~100여건 유언 공증을 한다는 이상석 변호사는 8일 “작년보다 일감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유언 공증 내용은 다양하다. 서울 변두리에 5층짜리 건물을 가진 80대 A씨는 “내 재산을 첫사랑에게 모두 주겠다”는 ‘유언 공증’을 남겼다. 자녀가 있지만, 아내 사별 후 다시 만나 믿고 의지하게 된 첫사랑 여성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재혼한 아내에게 살 집과 임차료가 나오는 건물을 주겠다는 유언도 있었다. 이런 경우 자녀가 알게 되면 분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비밀 유지’에 가장 신경 쓴다고 한다.

자녀에게 재산을 주는 대신 “매달 300만원씩 생활비를 달라”든가, “한 달에 두 번씩 찾아오라”는 조건을 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자녀들이 상속 사실을 미리 알면 일을 안 하거나 효도를 게을리하기 때문에 ‘유언 공증을 했다’고만 알려주고 내용을 비밀로 해 ‘효도 유인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유언 공증과 더불어 ‘임의 후견’도 이용 빈도가 높아졌다. 치매 등으로 정신이 흐려질 경우에 대비해 자신을 돌볼 후견인과 재산 관리 방식을 미리 정해 법원에 등기하는 것이다. 사업을 하던 B씨는 최근 자녀들과 “허락 없이 다른 여성과 동거하거나 재혼하지 않는다”는 임의 후견 계약을 맺었다. 과거 동거하던 여성이 거액의 재산을 빼돌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B씨가 건강이 악화되면 장남이 후견인이 되기로 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임의 후견이 6건이었지만 올해는 8월까지 같은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B씨처럼 ‘황혼 재혼’으로 부모 재산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자녀들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법무법인 YK 조인선 변호사는 “소수 부유층만 이용해 왔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상담해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k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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