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된 '개발정보' 빼돌리기, 처벌 가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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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된 '개발정보' 빼돌리기, 처벌 가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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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토지를 사전 매입해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난리입니다. LH 사장을 하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된 변창흠 장관은 “심할 정도로 매섭게 다그쳤다”며 자체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 관심은 누가 봐도 뻔한 이 이해관계 충돌에 대해 얼마나 적절한 제제와 처벌이 가해질 수 있느냐에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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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방소도시 공무원들조차 개발정보를 유출해 땅을 미리 사두곤 한다는 식의 얘기는 해방 후 대형 건축·토목 개발이 국가경제발전을 견인한 한국 사회에서 작금의 일은 아닙니다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정부 토지 수용으로 졸지에 떼부자가 됐다는 이웃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처럼 과도한 토지 매입 수익을 추구하는 땅 투기는 근본적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행위는 아닙니다. 행위 자체를 보면, 토지를 샀다가 그걸 되파는 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가 토지, 주택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된 공기업인 LH 직원이 지가 상승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샀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을 벌이는 공기업 직원이 토지 시장에서 독점적인 정보를 얻어 정부가 벌이는 사업에서 투기 차익을 노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처벌 근거로 거론되는 법률은 공공주택특별법과 부패방지법입니다. 먼저 공공주택특별법상 부동산투기 방지대책 위반죄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경우’가 해당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부패방지법의 경우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문제의 땅을 산 직원들이 두 사례 모두 공히 해당하는 ‘업무 중 알게 된 비밀·정보’를 토지 구입에 사용했는지를 어떻게 증명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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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부지. 묘목이 식재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이전부터 개발 기대로 투기 수요가 높았던 광명·시흥 일대 땅을 사는 건 ‘LH 내부정보가 아니라도 가능한 일’이라며 이들 행동을 옹호하는 의견이 나옵니다. 주변 여건을 보고 투자를 한 건데 그걸 어떻게 처벌하느냐는 논리입니다. 애초에 LH 신도시 예정지 선정이 유력했으므로 LH의 업무상 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도 동원됩니다.

다행히 국내 판례는 공직자의 ‘업무 중 비밀’의 폭을 넓게 해석합니다. 업무상 비밀이용죄와 관련한 2006년 판결에서 대법원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부나 공무소(공적인 사무를 보는 장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처럼 ‘이해충돌’ 문제가 뚜렷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형사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조사 돌입에 따라 다른 투기 정황 역시 속속 쏟아지는 상황을 보면, 개발정보 유출에 따른 투기가 주택 관련 공기업 내부에서 이미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닌지 의심되기도 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조직 차원의 징계와 권리 박탈 등일 것입니다. 또 정부가 신도시 부지를 새롭게 찾아 속된 말로 투기 세력을 ‘물먹여’ 버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토지·주택 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해 투기 행위를 억제하는 길일 것입니다.

장영락 (ped1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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