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살해 대상이니 집 나오지마"…'협박'만 유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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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2.11. 오후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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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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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중국인 청부업자 1심 징역 1년
협박 혐의만 유죄…살인예비 등 무죄
살해 의뢰된 사업가와 주차장서 접촉
"내 지시대로 집 안에만 있으라" 협박
체포 뒤 "살해 의뢰 거절하고 상해만"
법원 "살인의 고의 있다 보긴 어려워"
[서울=뉴시스] 한 사업가를 살해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뒤 피해자에게 연락해 '집 밖에 나오지 말라'는 취지로 협박한 살인청부업자에게 1심에서 실형이 내려졌다.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한 사업가를 살해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뒤 피해자에게 연락해 '집 밖에 나오지 말라'는 취지로 협박한 살인청부업자에게 1심에서 실형이 내려졌다. 다만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살인예비, 건조물수색,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국계 중국인인 A씨는 한 국내 주얼리 브랜드의 실질적 경영자인 B(36)씨와 그의 수행비서를 협박 및 감시한 대가로 금전적 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른바 '방진'이라 통칭되는 성명불상의 의뢰인은 B씨가 자신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고 무시하는 행동을 한 것에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중국인 C씨에게 우리 돈 1억원을 대가로 피해자에 대한 살해를 교사했고, C씨는 재차 지인인 A씨에게 다시 청부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뢰를 받은 A씨는 지난해 3월15일 방진으로부터 B씨의 이름과 회사 주소, 실제 거주지 주소 등 개인정보를 건네받았다고 한다.

이후 같은달 29일 오전 7시께 B씨가 사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수행비서를 통해 피해자와 접촉, 살인청부 사실을 전하며 "3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으니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또 올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내가 지시하는 대로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며 "만약 외부 활동을 하면 청부받은 대로 당신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A씨는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감시했고, 이튿날 방진으로부터 대가조로 3500만원을 받았지만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A씨는 청부살인 의뢰를 거절하고 B씨에게 주먹질 등을 해 적당히 상해만 입히기로 약속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법원은 협박 혐의만 유죄로 보고 살인예비, 건조물수색,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당시 진정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선 A씨가 피해자에게 청부살인 의뢰를 받은 것을 털어놓으며 외출을 자제하라고 한 점을 들어 "피해자에 대한 테러가 일어난 것처럼 가장한 뒤, 이를 청부한 자들로부터 그에 대한 대가만 받으려는 행동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부살인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이에 겁먹은 피해자를 이용해 청부살인을 교사한 자들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는 등 죄질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판결로 수형생활을 마치면 국외추방이 예상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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