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용서 빌어… 하지만 후회 없다” 슬픈 간병살인

입력
수정2023.11.24. 오후 2:34
기사원문
이정헌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하루 3시간 빼곤 간병” … 희귀병 배우자 살해 60대 ‘징역 5년’
재판부 “죄책 무겁지만”… 장시간 간병·경제적 어려움 등 정상 참작


60대 남성이 희귀병에 걸린 사실혼 관계의 여성을 3년 넘게 간병하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남성의 범행을 질책하면서도 하루 3시간 가량을 제외하고 간병해온 점 등을 참작해서 형량을 정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반정모)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성모(62)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성씨는 지난 7월 2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30년 이상 사실혼 관계로 살아온 7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씨는 2020년 초 A씨가 치료제가 없는 희귀병에 걸린 이후 줄곧 그를 간병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범해 직후 경찰에 자수한 성씨는 “간병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고 막막했다”고 진술했다.

성씨의 변호인은 그가 범행 당시 간병으로 인한 수면부족, 스트레스, 분노, 우울증 등 심신장애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경위나 수단, 방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과 태도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당시 극심한 공포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사건 당시까지 피고인의 간병을 받았고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주거지에서 생활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범행은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피해자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성씨가 A씨를 희귀병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범행 직전까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하루 3시간가량을 제외하고 전적으로 간병한 점, 이로 인해 직장을 관둬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점,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점, 피해자의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성씨는 결심공판 때 “집사람이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이 들었고 용서받지 못할 어리석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형이 내려져도 형의 감경을 위해 항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집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성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