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해외 근무를 하며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제안에 속아 태국으로 건너간 당시 20대 프로그래머는 출국 2개월 여 만에 결국 파타야의 한 리조트 인근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른바 '파타야 살인사건'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9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 주범인 김모씨에게 징역 17년과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정에서 드러난 김씨의 행각은 잔혹했다. 2015년 3월부터 태국 방콕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여러 개 운영했던 김씨는 이 사이트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소수의 직원 만으로 관리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그해 6월 지인을 통해 피해자를 소개받았다. A씨를 고용한 김씨는 도박사이트 통합관리시스템 개발을 맡겼지만 작업이 생각보다 더디자 "합숙을 하자"며 A씨를 태국으로 불러들였다. 해외 근무를 하며 고수익을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A씨는 그해 9월 태국에 입국했다. 태국으로 건너간 A씨의 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김씨는 A씨를 태국 방콕시 한 오피스텔에 머물게 한 뒤 프로그램 개발을 맡겼지만 툭하면 늦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 입국 직후부터 시작된 김씨의 폭행은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태국을 몰래 빠져나가려다 붙잡힌 이후 잔인하게 변했다.
A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도박사이트의 정보를 몰래 빼돌린다고 의심한 김씨는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와 같은 것으로 무자비하게 때려 피해자의 온 몸은 멍투성이었고 머리가 찢어져 피와 고름이 나올 정도였다. 이도 부러지고 양쪽 귀도 찢어졌다. 그럼에도 치료는 단순한 응급처치 수준에 그쳐 피해자 건강상태는 갈수록 악화됐다.
그러다 2015년 11월 19일 도박사이트의 사무실 주소가 노출됐다고 판단한 김씨는 태국 파타야로 사무실로 옮기기로 결정했는데, 이동하는 차안에서 상습적인 폭행으로 건강상태가 엉망이던 피해자를 계속해서 구타해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의 빈사상태에 빠지게 했다. 그럼에도 가슴과 복부, 머리를 목검과 야구방망이 등으로 계속해서 때렸고 전기충격기로 피해자의 성기부위를 접촉해 화상을 입게 하고 손톱을 빼버리는 등 흡사 고문과 같은 행동을 이어갔다.
김씨는 사건 직후 피해자 살해 혐의를 공범인 윤모씨에게 넘긴 뒤 도주했고, 도주극은 3년 만에 베트남에서 체포돼 2018년 4월 국내로 송환되면서 끝났다.
김씨는 "화가 나 폭행했을 뿐,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심은 "범행방법이 매우 잔혹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김씨)의 생명경시 태도가 심각하다"며 "피고인은 범행 후 도피생활을 하면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증인을 회유하여 책임을 회피하려고 시도하는 등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심과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김씨는 공동 감금·상해 등 혐의로 우선 기소돼 2019년 12월 징역 4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후 추가 기소된 이 사건인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징역 17년을 더하면 총 징역 21년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공범 윤씨는 따로 기소돼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14년을 선고받았고 상고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