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준 찬물에 '치사량 니코틴'‥"살인 단정 못해" 뒤집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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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7.27. 오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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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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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5월 26일.

새벽 출근을 준비하던 남편에게 아내가 미숫가루를 건넸습니다.

이후 남편이 복통을 호소하며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이번엔 흰죽을 건넸습니다.

남편의 복통은 죽을 먹은 뒤에도 계속됐고 결국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이번엔 찬물을 건네며 마시고 잘 것을 권했습니다.

이를 받아마신 남편은 끝내 숨졌습니다.

사망한 남편의 혈액에선 치사량의 니코틴이 검출됐습니다.

8년 전부터 담배를 끊은 남편의 몸에서 다량의 니코틴이 검출된 것입니다.

검찰은 아내가 니코틴 원액이 들어간 음식을 건네 남편을 죽게 만들었다며 살해 혐의로 기소했고, 1, 2심 재판에선 모두 아내에게 징역 30년형이 선고됐습니다.

아내가 건넨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에 모두 니코틴이 들어있었다고 본 1심과 달리 2심에선 마지막으로 건넨 찬물에만 니코틴이 들어있었다고 판단했지만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것을 인정한 건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부검 결과와 감정 의견은 피해자의 사인이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점,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후 과량의 니코틴 경구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내가 남편에게 찬물을 준 뒤, 밝혀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남편이 니코틴을 음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망한 남편 몸에 니코틴이 들어있던 건 맞지만 그게 아내가 준 찬물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당시 물컵에는 2/3 이상 물이 남아있었다"며 "피해자가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범행 동기에 대한 판단도 달라졌습니다.

원심에선 다른 남성과 내연관계에 있던 아내가 남편의 보험금 등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그 부분이 충분한 동기로 작용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이 사건은 다시 수원고등법원에서 재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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