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징역 12→20년…피해자 “보복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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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6.12. 오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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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환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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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가해자, 피해자 옷 벗겼다 인기척 느껴 급히 도주”
네티즌 “형량 적다” 분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호업체 직원 출신 30대 남성이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는데, 2심에서 형량이 8년 늘어난 것이다.

이는 2심 과정에서 제기된 A씨의 강간미수 혐의가 인정된 결과다. 다만 2심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35년보다는 낮게 나왔다.

피해자는 재판이 끝난 뒤 판결과 관련해 “죽으라는 이야기 같다. 출소하면 그 사람은 50(대)인데”라며 “(A씨가) 저랑 네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대놓고 보복하겠다고 말하니 두렵다”고 했다.

이어 “죄를 한 번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이렇게 일을 만드는 건지, 나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라며 흐느꼈다.

일부 네티즌도 “형량이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왼쪽사진)와 A씨가 귀가하던 피해자를 돌려차는 모습.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JTBC '사건반장' 캡처

부산고법 형사 2-1부(재판장 최환)는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강간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피해자를 성폭력 범죄의 수단으로 범행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고, 머리만을 노려 차고 밟았다”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피해자를 끌고 갔고, 다량의 출혈이 있던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로 나아가려 했다”고 판결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가 경찰에서 수사받고 있는 모습.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재판부는 이어 “확실한 예견이 없어도 자신의 폭행이나 그에 이른 성폭력 실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강간미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증거는 충분치 않다”면서도 “사건 당일 새벽 4시53분 노상에서 피해자 발견하고 100m를 따라가 공격했다. 피고인은 피해자 속도에 맞춰 걷고,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만지면 따라 멈추는 등 특정 범죄를 행하려는 시도를 보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따라갈 당시에는 여성인 줄 몰랐다고 하는데 피해자의 외모 및 복장 등을 보면 이런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 “청바지 단추가 풀리고 지퍼가 내려가 속살이 보일 정도로 피해자 옷을 벗겼다가 인기척을 느껴 급하게 도주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복도 구석으로 끌고 간 것은 강제추행 행위 등에 준하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지 구하려고 장소를 옮긴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범행 당일 A씨가 인터넷에서 ‘부산 강간사건’ ‘부전동 강간 미수’ 등을 검색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는 수사기관은 물론 피해자도 강간 시도 사실을 몰랐다”며 “강간을 검색했다는 점에서 범행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전과 기록 등을 열거하며 “과도한 공격적 특성과 반사회적 성격을 보아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우한 성장 과정이 영향을 미친 사유로 참작되지만, 엄정한 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씨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빼도 전과 18범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지난해 3월 출소하자마자 부산에서 주거 침입을 벌였고, 불과 두 달 후 돌려차기 범행을 저질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가 귀가하던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왼쪽사진). A씨가 피해자를 기절시킨 뒤 둘러메고 복도 구석으로 끌고가고 있다. JTBC '사건반장' 캡처

선고 공판을 지켜본 피해자는 법정 앞에서 울음을 쏟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진실을 밝히려 한 검찰과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피고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고, 본인이 한 일을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영구적으로 사회와 단절될 필요가 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범죄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국회 법사위에 의견을 제출하는 한편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법정 앞에는 자신이 A씨와 구치소 동기였다는 이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람은 “A씨가 구치소에서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는 말을 약 2주 동안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얘기했다”며 “A씨를 석 달 만에 봤는데 살은 더 쪘고 더 건강해진 것 같아서, 아니 화가 난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재범을 예고하고 언제든지 자기가 탈옥할 기회가 있다면 하겠다고 말하는 저런 사람은 더 엄벌에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고인의 신상 공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귀가하던 피해자 B씨를 10여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B씨가 입었던 청바지 안쪽에서 A씨 유전자(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서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 내용이 변경됐다.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이 공개한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A씨의 신상. 김 구의원 SNS 캡처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범행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이후 ‘A씨의 추가 성범죄 의혹’ ‘A씨의 보복 예고’ ‘유튜버의 A씨 신상공개로 비롯된 사적 제재 논란’ 등이 이어지며 관심이 커졌다.

이날 선고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부에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염두에 둔 지시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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