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THE 사건]6년간 모친 폭행한 아들 징역형…母 “숨 쉬면서 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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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5. 오후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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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지속적으로 어머니를 잔인하게 폭행해온 30대 아들에게 법원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아들이 두려워 법정에도 들어가지 못했던 어머니는 선고 직후 “1년이라도 숨 쉬면서 살 수 있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홍주현 판사)은 11일 존속상해 및 존속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4)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어머니를 위해 600만 원을 공탁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감안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 측은 법정에서 “어머니와 다투면서 몸을 밀치고 입을 막은 적은 있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이 명확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머니 B 씨가 아들의 폭행으로 입은 온몸의 멍 자국 사진이 증거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학원 강사로 일했던 B 씨는 번 돈을 모두 투자해 2011년 아들의 명의로 인터넷 쇼핑몰을 차렸다. B 씨는 주문 전화를 받는 등 아들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아들 A 씨의 폭행이 시작된 건 2014년 7월. A 씨는 쇼핑몰 사업 주문량이 떨어지거나 어머니가 잠시 주문 전화를 놓칠 때마다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163㎝에 39㎏의 왜소한 체구인 어머니는 183㎝에 90㎏의 거구인 아들의 무자비한 폭행에 척추가 부서지고 방광이 파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충격으로 B 씨는 현재까지 뇌경색을 앓고 있다고 한다.

B 씨는 지난해 8월 3일 아들을 경찰에 신고한 뒤 임시생활시설을 전전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아들이 올 6월까지 수십여 차례 B 씨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가정법원이 A 씨에게 ‘접근금지 처분’을 내렸는데도 협박은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수사기관은 A 씨에게 가정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수년간 아들에게 폭행을 당해왔던 B 씨는 아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무서워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11일 아들의 1심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B 씨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1년 뒤 아들이 다시 찾아와 보복할까봐 벌써부터 두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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