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부양에 울컥' 술 취해 부친 살해…징역 17년 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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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23. 오전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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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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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 부담에 불만 쌓이자 술먹고 폭행
심신미약 주장했지만…법원 모두 배척
"존속살해,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 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음주 상태로 고령의 부친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최근 존속살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50대 A(54)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아버지인 B(85)씨와 함께 30여년간 생활해왔지만, 형제가 있어도 자신이 홀로 B씨를 부양하는 것에 부담을 가져왔다. 특히 올해 3월 부친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통원치료를 권유했지만, B씨가 말을 듣지 않자 이에 대한 불만도 쌓이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5일 오후 11시10분께부터 다음 날 오전 8시20분께까지 A씨는 술을 마시고 취한 채 집에 들어왔는데 그간 누적된 불만이 터지며 B씨의 얼굴 부위를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목을 조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B씨는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부친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조사에 따르면 B씨 시신의 부검 결과 얼굴 여러 곳에서 뇌좌상, 경추골절 등 심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됐고, 근육 속 출혈 등 소견이 관찰됐는데 재판부는 이를 경부압박에 따른 사망으로 판단할 근거가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85세의 고령으로 과거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병력으로 인해 정기 진료와 약물 처방을 받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이를 감안할 때 수십 년간 함께 산 A씨가 폭행에 따른 사망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했다고 해도 범행 후 피 묻은 방바닥을 닦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흔적 등을 감안하면 심신 미약 상태에 놓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존속살해죄는 우리 사회에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피고인은 술에 취하면 쉽게 흥분해 폭력적 성향이 발현되는 습성 탓에 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 아버지인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살해하는 패륜적 범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들의 손에 의해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육체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반인륜성,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씨의 폭력 전과 대부분이 음주상태에서 일어났던 만큼, 장기간의 수형생활로 음주 습관이 교정될 것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며 참회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고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유족인 피고인의 형제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해자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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