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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초등생 살해 은폐한 경찰…"국가, 2억 2천만 원 배상"

이춘재 초등생 살해 은폐한 경찰…"국가, 2억 2천만 원 배상"
▲ 화성 실종 초등생 유류품 발견 장소에 놓인 꽃

33년 전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유족이 국가로부터 2억 2천만 원을 배상받게 됐습니다.

수원지법은 오늘(17일) 고 김용복 씨 등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의 위법 행위로 유족은 당시 8살이었던 피해자 김 모 양을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 사망 원인에 대해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는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김 양으로 보이는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은닉했다"며 "피해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인식했는데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족은 김양의 사망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장기간 고통받았고, 사체도 수습하지 못했다. 이런 피해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닉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훼손돼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인 피해자 부모에게 각 1억 원, 오빠에게 2천 만의 위자료를 산정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부모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숨지면서 위자료 2억 2천만 원은 모두 오빠에게 지급됩니다.

앞서 아버지 김용복 씨 등 유족 3명은 "경찰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이 지연됐다"며 2020년 3월 2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김 양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반쯤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고, 이 사건은 30년간 미제 가출 사건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2019년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김양 가출 사건은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습니다.

수사본부가 이춘재로부터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자백과 함께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입니다.

수사본부는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당시 사건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30여년 전 경찰이 김용복 씨와 김 양의 사촌 언니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양의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것이 확인되고, 사건 발생 5개월 뒤 인근에서 김 양의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혐의가 상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A 씨 등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김용복 씨는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올해 9월 숨졌고, 어머니는 2년 전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빠 김 씨는 "동생의 소식을 기다린 30년보다 소송 판결까지 2년 8개월을 기다리는 게 더 힘들었다"고 밝힌 뒤 "재판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하긴 했으나, 당사자인 경찰들이 이 사건에 대한 사죄를 꼭 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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