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동창생 유인해 강제 입맞춤…혀 잘리자 1시간 폭행

입력
수정2022.08.17. 오후 3:34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폭행 끝에 사망하자 사흘간 방치하고 미륵산에 시신 유기
1심 "살인 고의성 인정하기 어려워" 징역 13년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같이 기도하자"

지난해 4월2일 A씨(72)는 중학교 동창인 B씨(72·여)가 운영하는 가게에 찾아갔다. 그리고 "내가 교회를 차렸으니 함께 가자"고 부탁했다. 둘은 평소에도 자주 연락을 하던 사이였다.

B씨는 잠깐 다녀와야겠단 생각에 휴대폰도 두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A씨의 차에 올라탔다. 전북 익산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점심식사도 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교회가 아닌 A씨의 집이었다.

그게 B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흘간 행적이 묘연했던 B씨는 결국 미륵산 해발 400여m 지점에서 낙엽에 뒤덮여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과연 B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 당일 A씨는 자신의 서재방 침대에 앉아 있던 B씨를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 A씨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B씨는 A씨의 혀를 세게 깨물었다. 혀가 잘린 A씨는 B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의 폭행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안방 화장실, 거실 등에서 주저 앉아있는 B씨를 주먹과 발, 효자손 등을 이용해 무참히 폭행했다. A씨의 집안은 B씨의 혈흔으로 뒤덮였다.

A씨는 쓰러진 B씨를 화장실로 옮겼다. 그리고 옷을 벗긴 뒤 B씨의 눈, 코 등 체액이 흘러나올 수 있는 부위에 휴지와 청테이프, 유리테이프로 막았다.

A씨는 그 상태로 B씨를 사흘간 방치했다. 범행 은닉을 위해 B씨의 옷과 효자손 등 범행 도구를 여러 차례에 걸쳐 내다버렸다.

A씨는 이튿날인 4월6일 오전 0시11분, B씨의 시신을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실었다. 그리고 이날 오전 8시17분께 자신의 아파트에서 15㎞ 떨어진 미륵산으로 이동, B씨 시신을 유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B씨의 시신은 당일 오후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B씨 몸에는 긁힌 상처와 타박상, 범죄에 연루된 특이한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B씨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하고 A씨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하지만 A씨는 수사기관에서 "강제 추행과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회자로서 다른 교회에 다니는 A씨를 기도해주려고 집에 불렀었다"며 "자고 일어나보니 A씨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의견이 맞지 않아 B씨와 싸웠고 그 과정에서 B씨를 때렸다. 하지만 죽이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다발성 외상에 의한 쇼크사'로 판단됐다. 담당 부검의는 "B씨는 심한 폭행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성폭력처벌법상 강제추행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지난달 7일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의 살해에 대한 고의성은 인정하기 어려워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치사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다"면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살인에 고의성이 없다고 본 법원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었다.

A씨도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향후 진행될 2심에서도 살인의 고의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싸움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