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의도 없었다?”... ‘마포 살인’ 남성 징역 7년에 女커뮤니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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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27.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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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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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고(故)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왼쪽부터) 황예진씨, 쓰러진 황씨와 남자친구 이모씨. /SBS

27일 법원에 따르면 가해자 이모(32)씨와 검찰은 상고 기한인 지난 20일까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형사재판은 검찰과 피고인이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상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된다. 이로써 서울고법 형사6-3부(강경표·원종찬·정총령 부장판사)가 지난 13일 이씨에게 선고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유족 측이 주장한 살인죄는 적용되지 않았고, 상해치사죄가 적용됐다.

상해치사와 살인을 가르는 기준은 ‘사람을 죽이려는 고의성이 있었나’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지, 또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살인 혐의가 적용된다.

앞서 1심에서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 직전 다툼을 피하고자 오피스텔에서 나가려고 했다가 자신을 따라 나온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를 고려하면 이씨가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머리에 간접적으로나마 충격을 준다면 사망 등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은 일반인 시각에서도 예측 가능했다”며 “상해치사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교제 범죄나 스토킹 범죄의 일반적 유형과는 달리 피해자의 머리를 직접 때렸다고 볼 수 없고, 폭행이 아주 가혹하다고도 볼 수 없다”며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할 때 원심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과 같은 징역 7년이 선고된 항소심 이후 황씨 어머니는 “살인죄 적용을 안 해준 경찰과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에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며 “본인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사건을 진실하게 바라봐서 살인죄를 적용해 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2030 여성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더쿠, 여성시대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람을 때리고 방치했는데 의도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 “얼마나 더 많은 여성이 데이트 폭력으로 죽어나가야 법이 바뀌나” “재판부가 나서서 살인 면허를 준 거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관련해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27일 조선닷컴에 “형법에만 의거해서 판결이 이루어지다 보니 ‘데이트 폭력’을 연인의 갈등으로 축소하는 시선이 강화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김 팀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연인 관계이면 폭력 상황에 노출되더라도 개인 사이의 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법기관이 중한 처벌을 내림으로써 폭력을 행사하면 사회적으로 제재와 불이익을 받는다는 함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씨는 지난해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황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는 황씨와 오피스텔 내에서 말다툼하다 황씨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고, 황씨가 자리를 뜨려는 자신의 머리채를 잡자 화가 나 벽으로 세게 민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후에도 주먹으로 4차례 폭행을 가했다. 그는 자신의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황씨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주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8월 사망했다. 이 사건은 황씨 어머니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딸의 실명을 밝히고 이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주목 받았다. 당시 약 53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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