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아이 폭행 20대 구속, 왜?…‘피해자 고통까지 평가’

입력 2022.04.27 (15:02) 수정 2022.04.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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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옆에 서 있던 여성이 갑자기 달려들어 다른 여성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폭행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지난달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어린이집 인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해자는 20대 여성 A 씨, 피해자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A 씨는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에서, '시끄럽다'며 아동 5명과 교사에게 시비를 걸고 난동을 부렸습니다. 만취 상태였다고 합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대피시키자 A 씨는 쫓아가 한 아이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또 다른 아이의 마스크를 벗겨 손톱으로 상처를 내기도 했습니다.

■100명 중 98명은 불구속…A 씨 구속 이유는?

법원은 지난 18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A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22일 A 씨를 상해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상해 혐의를 받는 A 씨가 구속까지 된 건 눈에 띄는 일입니다. 2020년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상해 혐의로 입건된 4만 3천여 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805명에 불과합니다. 100명 가운데 약 98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겁니다.

■피해자 목소리 듣는 '범죄피해평가제'

A 씨가 구속된 데에는 '범죄피해평가 제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형사 절차 과정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입니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피해자의 심리·신체·사회적 피해 등을 종합 평가하는 건데, 트라우마처럼 '전치 몇 주' 진단서에 드러나지 않는 피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범죄피해평가 보고서는 피의자의 구속이나 양형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도 이 보고서가 인용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피해는 단순히 '몇 대 맞았다'는 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 "범죄피해평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사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 '참여자 95%가 만족'

2016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올해 기준 전국 220개 경찰서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1,391건의 범죄피해평가가 시행됐는데,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경찰청이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5%가 이 제도에 만족했고, 다른 피해자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92%에 이르렀습니다. 경찰은 범죄피해평가 제도를 확대 시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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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교사·아이 폭행 20대 구속, 왜?…‘피해자 고통까지 평가’
    • 입력 2022-04-27 15:02:18
    • 수정2022-04-27 16:13:50
    취재K

정자 옆에 서 있던 여성이 갑자기 달려들어 다른 여성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폭행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지난달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어린이집 인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해자는 20대 여성 A 씨, 피해자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A 씨는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에서, '시끄럽다'며 아동 5명과 교사에게 시비를 걸고 난동을 부렸습니다. 만취 상태였다고 합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대피시키자 A 씨는 쫓아가 한 아이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또 다른 아이의 마스크를 벗겨 손톱으로 상처를 내기도 했습니다.

■100명 중 98명은 불구속…A 씨 구속 이유는?

법원은 지난 18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A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22일 A 씨를 상해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상해 혐의를 받는 A 씨가 구속까지 된 건 눈에 띄는 일입니다. 2020년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상해 혐의로 입건된 4만 3천여 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805명에 불과합니다. 100명 가운데 약 98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겁니다.

■피해자 목소리 듣는 '범죄피해평가제'

A 씨가 구속된 데에는 '범죄피해평가 제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형사 절차 과정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입니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피해자의 심리·신체·사회적 피해 등을 종합 평가하는 건데, 트라우마처럼 '전치 몇 주' 진단서에 드러나지 않는 피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범죄피해평가 보고서는 피의자의 구속이나 양형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도 이 보고서가 인용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피해는 단순히 '몇 대 맞았다'는 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 "범죄피해평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사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 '참여자 95%가 만족'

2016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올해 기준 전국 220개 경찰서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1,391건의 범죄피해평가가 시행됐는데,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경찰청이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5%가 이 제도에 만족했고, 다른 피해자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92%에 이르렀습니다. 경찰은 범죄피해평가 제도를 확대 시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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