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뜯으며 직원 12시간 잔혹 폭행…사망뒤 7시간 방치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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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01. 오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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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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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로 근무하는 직원의 업무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12시간 동안 가혹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응급환자 이송업체 대표에게 징역 18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살인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상남도 김해시의 한 응급환자 이송업체 대표 A(45)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24일 피해 직원이 사설구급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 사무실에서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는 그날 오후 1시30분 경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발로 피해자의 허벅지, 배, 가슴 부위를 차고 주먹과 손바닥으로 얼굴과 몸, 다리 부위를 수회 때렸다. 피해 직원이 바닥에 넘어졌지만 폭행은 이어졌다. 피해자에게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도록 한 다음 욕설을 하면서 발로 허벅지와 종아리 부위를 차기도 했다.

그날 오후 7시가 되자 A씨는 피해 직원에게 “집에 가자”고 하면서 걸어보라고 했지만 피해자가 잘 걷지 못하자 “또 연기하네, 오늘 집에 못 가겠네”라고 말하며 다시 폭행을 시작했다. 폭행은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이어졌으며, 그 사이 A씨는 치킨을 시켜먹기도 했다.

피해 직원은 갈비뼈 골절, 경막하 출혈 등 외상성 쇼크 상태에 빠져 생명이 위험한 상태가 됐다. A씨는 이런 상태를 인식했지만, 어떤 구호 조치도 하지 않고 피해자를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방치했다. A씨는 그리고 아내와 함께 숙직실로 들어가 약 7시간 동안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8시30분경 피해자가 신음소리만 내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등 생명이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실을 재차 인식했지만 방치는 이어졌다. 결국 피해 직원은 사망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와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폭력범죄로 8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근로자인 피해자를 반복해 폭행했고, 급기야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피해자를 12시간 동안 전신을 구타하는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징역 18년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A씨는 재판부에 “사건 발생 이후 119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했는데, 당시 별도로 112에 신고해야 하는지를 문의해 실질적으로 자수한 것이라 형량에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미 피해자가 사망하고 7시간 이상 경과한 때에 신고했다”며 양형이 부당하지 않다고 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이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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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대부분 구체적이지. - 1Q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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