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살인 및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56)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가 본인의 자백 취지의 인터뷰를 방영한 방송사 PD에 대한 협박 부문만 유죄로 인정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의 한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행동대장이던 김씨는 1999년 8~9월 사이 누군가로부터 현금 3000만원과 함께 이모 변호사(당시 44세)를 '손 봐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씨(2014년 사망)와 범행을 공모해 같은 해 11월5일 새벽 제주시의 한 도로에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찔러 살해했다.
당초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김씨의 자백 취지의 방송 인터뷰, 범행 현장과 흉기 모양 등에 대한 김씨의 구체적인 진술 등에 비춰 살인죄의 공모공동점범이 성립된다고 봤다.
앞서 김씨는 2020년 6월27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자백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재수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2021년 6월23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그러나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면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자백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리플리증후군(허구를 믿고 거짓말 등을 하는 성격장애)에 의해 허황되게 진술한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심리 끝에 검찰의 공소사실은 추론에 의한 것이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의자 진술 외 별다른 추가 증거가 없고 검사가 제시한 증거는 상당 부분 가능성에 대한 추론에 의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에게 "법률적 판단에 따른 무죄로 더 이상 설명은 하지 않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피해자 측은 재판부 결정에 반발했다. 이씨의 변호사 사무소 사무장이었던 고경송(57)씨는 선고 직후 "너무 통한스럽다"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검찰 역시 항소를 예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문 전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심을 통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하겠다"며 "범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