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버지 죽였어요" 자수한 조현병 아들의 무죄, 왜

입력
수정2020.07.15. 오후 9:38
기사원문
함민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15일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병 아들에게 법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병 아들에게 법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15일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윤정인)는 존속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1시 14분쯤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아버지를 때렸어요”라며 112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의 아버지인 B씨(60)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A씨는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검찰은 A씨가 B씨, 친척 어른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환각을 일으켜 B씨를 수차례 폭행해 두부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사건 당시와 달리 재판 과정에서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범인으로 몰리는 게 너무도 억울하고 힘들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설령 공소사실처럼 피해자를 수회 때린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의 원인이 된 두부손상이 이러한 폭행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직접적 사인에 주목했다. B씨가 숨진 이유는 부검 결과 외상성 두부손상으로 인한 출혈이었다. 하지만 당시 A씨가 입고 있던 바지와 신발 등에서 B씨의 혈흔은 나오지 않았다. A씨의 손이나 팔에서도 두부손상을 입히는 과정에서 발생했을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울러 A씨는 평소 조현병으로 사고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도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 A씨는 사건 발생 1~4개월 전 ‘식당에서 스님 두 명이 죽었다. 사람을 때려 죽였어요’ 등의 내용으로 112에 수차례 허위신고 전화를 했던 전력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약 복용 중단, 음주 등으로 조현병 증상이 매우 심해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아버지를 때렸다거나 죽였다는 취지의 발언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던 허위신고와 같은 조현병 증상의 발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이 민박집 3층에서 추락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술을 마셨던 3층 거실의 창문은 높이가 높지 않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그래서, 팩트가 뭐야? 궁금하면 '팩플'
세상 쉬운 내 돈 관리 '그게머니'
그래픽으로 다 말해주마, 그래픽텔링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