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씩 새벽기도 강권”…10년간 남편 간병한 아내 살인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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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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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거동못한 남편 10년 간병
새벽기도 문제로 다툼 뒤 남편 사망
1심 무죄→2심 유죄→대법 징역형 확정
거동을 못 하는 남편을 10년간 간호하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아내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남편 사망 직전 부부는 새벽기도 문제로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1심에서의 무죄 판단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한해 병원비 700만원에 교직도 그만둬

A씨의 남편은 2007년 교통사고를 당해 혼자서는 거동을 못 하게 됐다.

아내 A씨는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가며 10년 동안 간호했다. 해마다 남편 병원비만 700만원씩 들어갔다.

아내는 2017년부터는 교직도 그만두고 남편 간병에 전념했다.

그러다 2017년 12월 19일 낮 남편은 집에서 숨졌다.

검찰은 A씨가 새벽기도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남편을 질식사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남편이 “매일 새벽 5시부터 3시간씩 함께 기도를 하자”고 강권했고 이로 인해 갈등과 다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목 부위·볼 점막 곳곳에 상처…아내 “목 조르진 않았다”

시신의 목 부위에서는 피부 벗겨짐이나 근육의 국소 출혈, 연골 부분 골절이 발견됐다. 얼굴 피부와 볼 점막 등에도 상처가 있었다.

법정에서 A씨는 사건 전날 밤 오랜 간병에 대한 고통과 불만을 표출하며 남편의 뺨과 목 부위를 친 사실은 있지만, 다음날 남편의 목를 조르거나 코와 입을 막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과수 “사인 불명”…1심 “살해 증거 불충분”

1심은 A씨가 살해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살인의 고의로 목을 조르고 코와 입을 막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증인으로 나온 법의학 전문가는 남편이 목 졸림으로 의식을 잃은 뒤 비구폐색(코와 입이 막힘)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손으로 목을 조르면 보통 나타나는 얼굴의 심한 울혈이나 일혈점이 없었다는 등의 설명도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의는 비구폐색 질식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인은 ‘불명’이라는 의견을 냈다.

A씨가 사건 뒤 현장을 은폐하지 않고 곧바로 119 신고를 하거나 응급처치를 한 점 등도 참작됐다.

2심 “질병·사고·자해 가능성 없으므로 타살”

반면 2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가 질병·사고·자해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차례로 검토한 뒤 타살이라고 본 결과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얼굴에 손톱자국으로 보이는 10개 이상의 상처가 있었고, 치아가 거의 없어진 입 안에서 볼 점막 상처 등 피해자에게 비구폐색성 질식사를 초래할 정도의 외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이는 점 ▲사망 당일 피고인과 피해자가 거주하던 집에 방문한 사람이 없어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없는 점 ▲혼자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가 자해나 자살 행위를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남편을 살해했다고 봤다.

또 오랜 병간호로 우울증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씨가 남편과 자주 부딪치게 된 것이 살인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2심 재판부는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는 10년 이상 피해자를 간병했고 간병을 위해 직장도 그만두었으며,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피해자의 형제와 자녀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의 법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선고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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