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수술 중 태어난 아이 살해한 의사에 징역 3년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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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4.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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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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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따라 살인 혐의만 유죄


임신중지 수술 중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의 징역 3년6개월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살인과 업무상촉탁낙태 및 사체손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전문의 ㄱ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3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산모 ㄴ씨와 모친의 요청으로 임신중지 수술을 하게 됐다. 당시 태아는 34주 가까이 성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은 모체에서 태아를 꺼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태아가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자 ㄱ씨는 양동이에 담긴 물속에 아이의 몸을 담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살해했고, 의료기록도 사산한 아이를 모체에서 꺼낸 수술을 한 것처럼 꾸몄다.

ㄱ씨는 당시 태아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았고, 양동이에 아이를 넣기 전 이미 아이가 사망한 상태였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살인 및 사체손괴,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보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업무상촉탁낙태 혐의에 관한 판단이 엇갈렸다. 수술 약 한 달 뒤인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그에 대한 1심과 2심의 해석이 달랐던 것이다. 지난해 4월 1심은 헌재가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임신 초기’의 기준을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라고 밝힌 점 등을 들어 임신 34주였던 태아를 낙태한 ㄱ씨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국회의 낙태죄 입법 시한(2020년 12월31일) 이전이었던 1심 당시 재판부는 “헌재는 (낙태죄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며 헌재가 정한 ‘임신 22주’를 넘은 태아에 대한 낙태는 불법이라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선고한 2심은 업무상촉탁낙태 혐의는 무죄 판단을 했다. 헌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을 받아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위헌’이라고 판단한 이상, 이 조항으로 기소됐을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위헌결정이 나온 형벌법규를 개선입법이 나올 때까지 계속 적용하는 것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라는 것과 같아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검찰과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2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 수술을 한 의사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 확정판결을 한 바 있다(관련기사: 낙태죄 헌법불합치 전 수술한 의사…대법 “무죄”) 대법원은 “헌재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의 위헌결정을 한 것”이라며 위헌결정이 선고된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잃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회는 현재까지도 헌재의 결정 취지를 따른 모자보건법 개정 등을 미루고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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