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성관계 하자" 낯선 여인과 '홈술' 즐긴 남성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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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7. 오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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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女, 처음 본 60대男 살해 후 금품 훔쳐 도주
법원 "계획된 범행으로 보기 어려워"…징역 13년
© News1 DB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더는 갈 데가 없었다. 생활비가 떨어져 찜질방조차 갈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었다. 정처 없이 길을 걷던 이모씨(40)가 지쳐갈 때쯤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8월 어느날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 이씨는 앵무새를 데리고 나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60대 남성 A씨에게 다가갔다. 몇 마디 나눈 끝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했다.

그렇게 술을 같이 마시던 이씨의 눈에 A씨 목에 걸린 고가의 금목걸이가 들어왔다.

2시간이 지났을 무렵 술을 더 마시자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두 사람은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 앞에서 이씨는 A씨의 무릎 위에 앉거나 A씨를 껴안는 등 애정을 표시했다.

결국 두 사람은 그날 밤 A씨의 집으로 향했다. A씨가 자신의 침대 밑에서 현금 뭉치를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하자 이씨는 현금과 귀금속을 갖고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A씨가 성관계를 요구하자 이씨는 A씨를 침대 위로 밀쳐 넘어뜨린 뒤 목졸라 숨지게 했다.

A씨가 숨지자 이씨는 60만원 상당의 현금과 금목걸이(831만원 상당) 1개, 금팔찌(277만원 상당) 2개, 휴대폰 등을 가지고 집을 빠져나왔다.

이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A씨가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모욕적인 말을 해 순간 화가 났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도 이씨의 살인이 계획된 건 아니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의 재물을 강탈하려는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씨와 검찰 모두 1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쌍방 항소했다. 아직 항소심 재판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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