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설 없어야죠”…‘삼례 강도’ 누명 3명, 국가배상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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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28. 오후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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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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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가·당시 수사검사, 총 15억5000만원 지급” 판결
오판했던 검사 “피해자들이 명예훼손” 반소했지만 기각
[경향신문]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진범 중 한 사람, 피해자와 유가족, 그리고 범인으로 몰렸던 가짜 범인.

“참 묘한 그림이죠.” 강도에게 죽임 당할 뻔했다는 공포로 평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피해자 최성자씨는 이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2017년부터 이어진 국가배상소송의 1심 결과가 막 나온 뒤였다. 범인으로 몰렸던 최대열씨는 “이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재판장 박석근)는 진범으로 몰렸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인조’와 그 가족, 피해자와 유가족 등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8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과 진범을 잡지 않고 풀어준 당시 수사검사가 총 15억5000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3인조 임명선·최대열·강인구씨에게 1인당 약 3억2000만~4억7000만원, 함께 소송을 낸 3인조·피해자 가족들에겐 1인당 1000만∼1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수사검사였던 최모 변호사는 지급액의 20%에 해당하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 원고 측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총 16억원가량을 청구한 원고 측 취지를 대부분 인용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들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반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유모씨(당시 76세)를 숨지게 한 뒤 달아난 사건을 가리킨다. 사건 당시 테이프로 입이 막혔던 유씨는 질식사했고, 일당은 현금과 패물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유씨의 조카며느리 최성자씨는 이후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됐다. 사건 발생 9일 뒤, 인근에 살던 19~20세 청년 3명이 범행을 자백해 유죄가 인정됐고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부산에서 진범을 수사해 사건을 관할인 전주지검으로 넘겼지만, 당시 수사검사였던 최 변호사는 진범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오판을 바로잡지 않았다.

‘재심 전문가’로 통하는 박준영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았고, 2015년 이 사건의 진범인 A씨를 설득했다. 숨진 유씨의 사위 박성우씨와 피해자 최성자씨는 A씨를 만나 용서하고 A씨도 사죄하며 악수하는 장면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A씨는 재심 과정에 이어 이번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자신의 범행을 증언하면서 과거의 일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앞서 3인조는 2016년 10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박성우씨는 진범 A씨의 등을 두드리며 “그래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님을 죽인 살인범에게 고맙다고 악수를 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용기를 내 지금까지 함께해줘 고맙다”고 했다. 박씨가 덧붙였다. “이렇게 소설 같은 일이 있을까요. 다시는 이런 소설은 나오면 안 됩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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