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시간 알려주면 가능한가?" 필리핀 살인청부 사건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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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3. 오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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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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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에 입국하는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면 죽여줄 수 있나",

"무슬림 현지 킬러에게 돈을 주면 청부살인을 할 수 있다".

40대 남성 A씨와 필리핀에 사는 그의 지인 사이에 오간 대화입니다.

사건은 10년 전인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고차 판매 사업을 하던 A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던 40대 직원이 퇴사 후 경쟁업체를 세우자 분노했습니다.

해당 직원이 자신의 거래처를 빼앗아갔다고 여긴 것입니다.

A씨는 이 같은 사정을 필리핀에 사는 50대 지인에게 알렸습니다.

그러자 지인은 해당 직원을 "아예 살해하는 게 어떻겠냐, 돈을 주면 내가 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건넸습니다.

솔깃해진 A씨는 "마닐라에 입국하는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면 가능하겠냐"며 "현지 청부살인 업자를 고용한 뒤 마닐라 외곽주택으로 납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살해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보내주면 2,000~3,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수락한 지인은 돈을 요구했고, A씨는 착수금과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13차례에 걸쳐 240여만 원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살해 의사가 없었던 지인이 A씨를 속이고 돈만 가로챈 것입니다.

오히려 A씨가 살인을 청부했다는 사실만 뒤늦게 들통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인천지법은 살인음모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죄명을 살인예비로 바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타인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줄 수 있는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살인 의사가 없는 지인에게 속아 피해자에게 직접 위해가 가해지지 않은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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