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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이고 "교통사고" 뻔뻔…아들과 짜고 '보험금 7억' 노렸다[뉴스속오늘]

입력
수정2024.02.04. 오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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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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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SBS '궁금한이야기 Y'
9년 전인 2015년 2월 4일.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공무원 남편을 살해한 뒤 교통 사망사고로 꾸민 아내와 아들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고 발생 8년여 만이었다.

법정에 선 모자는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들이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인했다고 판단했다.


크리스마스 악몽…교통사고로 숨진 김씨, 곧바로 화장


사건은 2006년 12월 25일 밤 9시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정읍시청 공무원이었던 김모씨(당시 54세)와 아내 백모씨(당시 51세)는 둘째 아들(당시 28세)이 운전하는 SUV 차량에 올라탄 뒤 크리스마스 날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가고 있었다.

그런데 세 가족이 타고 있던 차량은 정읍시 칠보삼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조수석에 타고 있던 김씨가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의 상태를 확인한 의사는 호흡과 맥박, 심장 박동 등이 없다며 사망 판정을 내렸다.

추돌사고에 따른 사망으로 처리되면서 김씨 시신은 부검 없이 다음 날 백씨에게 인도돼 화장됐다. 유족은 여러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으로 약 7억원을 받았고, 김씨의 퇴직금도 챙겼다.


단순 교통 사망사고?…수상한 점은


일부 보험사는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실제 단순 교통사고로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김씨 가족이 탔던 차량 속도는 시속 37km 정도였고, 추돌한 차량도 범퍼만 파손됐다. 운전자인 아들과 뒷좌석에 탔던 백씨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김씨가 머리를 부딪힌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앞 유리는 금이 갔지만 혈흔이나 머리카락, 피부 조직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 평균 월급이 260만원 정도였던 김씨 명의로 보험 14개가 가입돼 있었다. 매달 보험료만 180만원에 이르렀다.
/사진=SBS '궁금한이야기 Y'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이미 시신이 화장돼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김씨 가족과 사고가 났던 운전자 A씨가 백씨와 통화한 내역을 확인하면서 수사에 물꼬가 트였다. A씨가 사고 전후로 백씨와 수차례 통화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백씨는 "A씨의 얼굴만 안다. 통화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이 통화 내역을 근거로 "A씨가 내연남 아니냐"고 추궁하자 백씨는 "휴대전화를 몇 번 빌려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백씨가 교통사고 제안"…내연남의 고백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A씨는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잠적했고, 진전이 없던 수사는 2009년 11월 A씨가 붙잡히며 다시 시작됐다. A씨는 "백씨가 교통사고를 내달라고 제안했다. 보험금을 나눠준다고 했다"며 "사고 전에 이미 김씨는 죽어있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A씨는 접촉 사고만 내면 된다고 생각해 제안을 수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장소를 모의하기 위해 김씨 아들과 만난 A씨는 우연히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씨를 목격했고, 당시 김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범행 하루 전 백씨가 아들에게 '네가 내려와야 실행에 옮긴다'고 말하는 통화를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백씨는 A씨와 내연 관계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A씨가 "백씨가 먼저 교통사고를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SBS '궁금한이야기 Y'
백씨와 A씨는 보험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고 차량을 운전했던 김씨의 아들이 호주로 도피하면서 수사에 차질이 생겼다. 2014년 4월 호주에서 추방된 김씨의 아들은 입국과 동시에 체포됐다.

수사 끝에 백씨와 아들은 숨진 김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로 파악됐다. 백씨는 오래전부터 김씨와 별거하고 있었고, 아들은 자신의 결혼을 반대했던 김씨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범행 부인하더니…백씨 "아들 아닌 내연남이 공범"


조사 결과 백씨와 아들은 2006년 사고 당일 오후 6~9시에 김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조수석에 태우고 칠보삼거리로 이동, A씨가 운전하던 차량과 고의로 접촉 사고를 낸 뒤 교통 사망사고로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씨와 아들은 법정에서 "김씨는 교통사고로 우연히 사망했다. 고의로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백씨는 "남편을 죽인 것은 맞지만, 아들이 아닌 내연남 A씨와 공모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119구급대 도착 당시 김씨에게 생체징후가 전혀 없었던 점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김씨는 이미 사망한 지 몇 시간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토대로 백씨와 아들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다른 유족들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백씨에게 징역 15년, 아들에게는 보험 사기죄까지 더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형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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