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위법 수사 논란 ‘대학로 특수협박범’ 1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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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6. 오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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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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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로 욕설…현장에 있었다고 피해자로 볼 수 없어”
중증 지적장애인 미숙한 표현…‘해악 고지’ 인식 힘들어
경찰이 언론에 제공한 유철용(가명)씨의 시시티브이 화면과 관련 보도 자막들. 각 방송사 뉴스 화면 갈무리. 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흉기를 들고 행인들을 위협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서수정 판사는 25일 “협박죄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존재가 전제돼야 한다. (행인들이) 단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협박죄의 피해자로 볼 수는 없다”며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특수협박죄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는 지난해 8월17일 밤 9시께 흉기를 들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집 밖으로 나와 거리에서 휘청거리며 소리를 질러 놀란 시민들이 자리를 피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다음날 ㄱ씨를 체포해 20일 구속됐고 23일 검찰로 송치됐다. 당시는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로 사회적 공분이 들끓어 경찰청장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8월4일)한 지 2주째 되던 때였다. 이후 경찰 수사는 6일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ㄱ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 1015명이 그의 불구속 수사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ㄱ씨 변호인은 “ㄱ씨가 장애인이며 형제복지원 피해자라는 사실, 뇌경색 투병 등을 고려해 양형에 반영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서 판사는 “(증인 ㄴ씨는) 피고인이 욕설하면서 길을 내려오고 있어 보게 되었는데 피고인이 칼을 들고 있었고, 피고인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특정한 사람을 향해서 욕을 하거나 말을 거는 느낌이 아니라 혼잣말로 큰 소리로 ‘죽여버리겠다’, ‘개××야’ 등의 욕설을 하였다고 진술했다. 피고인은 중증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의사 표현과 감정 표현이 상당히 미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를 넘어서 사람들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30일 ㄱ씨에 대한 변론기일에 검사는 “피고인이 칼을 들고나온 것은 명백하다”며 ㄱ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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