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로 머리 '퍽퍽' 80대 환자 숨지게 한 70대…'무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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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08. 오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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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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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의 머리를 소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70대 치매 환자가 항소심에서도 '심신상실' 상태를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판사 최환)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무죄를 유지했다고 8일 밝혔다.

알코올성 치매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는 2021년 8월 7일 오전 3시30분쯤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들이 제지하자 갑자기 철제 소화기로 자고 있던 B씨(80대)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내리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다발성 두개골 골절 등 상해를 입고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3일 뒤 사망했다.

A씨는 2008년 6월 알코올성 치매 진단을 받았고, 2020년 3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뇌수술을 받은 이후 치매 증상이 더욱 심해져 2020년 8월부터 입원 중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심신상실자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제10조 1항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법원이 병원에 신청한 피고인의 정신감정 의뢰 회신에 따르면 A씨의 치매와 인지기능 장애 정도는 일상생활에서 주변인 도움이 상당히 필요한 '중증 인지장애'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의사소통에 심한 장애가 있었으며 논리적 판단력을 잃은 '심신상실' 상태였고, 일시적 혼돈 상태를 보이는 섬망(delirium)이 빈번히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A씨는 경찰의 피의자 심문에서 범행 동기나 경위, 당시 상황 등을 기억하지 못했다. 조사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의사능력 문제 등으로 첫 공판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1년 넘게 진료해온 의사는 '피고인의 치매 증세가 심각하기 때문에 심신상실자로 판단된다'고 진술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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