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내가 미스터 박" 그 순간 탕!…필리핀 청부살인 킬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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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02. 오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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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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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살인교사범 2명 탐문 끝 검거…1심 징역형
투자금 회수 못한 원한이 비극불러…'킬러' 행방 묘연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2015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정오가 갓 지난 대낮, 필리핀 앙헬레스시티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 괴한이 들이닥쳤다.

"Who is Mr. Park?"(미스터 박이 누구냐) 괴한의 질문에 한 한국인 남성이 '내가 미스터 박이다'라고 대답했다. 총격이 시작됐다. 박씨는 목과 옆구리 등에 총 다섯 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사건 직후 흰색 SUV 차량을 타고 도주한 용의자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그로부터 4년여 후, 한국인 A씨와 B씨가 피해자 박씨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로 법정에 섰다. 킬러를 특정할 수 없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은 현지에 파견된 우리 경찰의 탐문 끝에 실마리가 드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살인범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둘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법원은 여러 간접 증거들을 교차 검증한 끝에 두 명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A씨에게 징역 22년을, B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투자금 회수 못 한 원한…사례금 5억에 눈이 멀어 시작된 비극

법원이 판단한 사실에 따르면, 비극의 시발점은 다시 2015년 초, 필리핀 앙헬레스 시티의 한 식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에서 식당사장 B씨는 단골손님이었던 A씨에게 박씨를 살해할 킬러 한 명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당시 A씨는 피해자 박씨가 운영하던 현지 호텔에 5억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그러나 A씨는 투자 수익금은 물론 원금마저 보전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는 박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말하자 모욕을 당하고, 살해 협박까지 당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B씨에게 "킬러를 구해 박씨를 살해하면 그 호텔 식당 운영권을 주거나 5억을 줄게"라고 말했다.

박씨에게 개인적인 원한도, 어떠한 관계도 없던 B씨는 호텔 운영권과 5억원이란 액수에 마음이 흔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연인 관계에 있던 필리핀 국적 C씨에게 킬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한다.

2015년 3~4월께, 세 사람은 다시 식당으로 모였다. A씨는 B씨가 보는 앞에서 C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100만 페소, 우리 돈으로 2500만원 상당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5개월여 후, B씨는 A씨에게 "내일 킬러가 박씨를 살해할 거다"라는 소식을 전한다. 다음 날 박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킬러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A가 B에 건넨 '2500만원'은 살인 청구비용?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와 C씨를 서로 소개해줬을 뿐, 박씨의 살해를 교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 주변인들의 증언에 주목했다. B씨 주변인들은 그가 박씨 사망 몇달 전부터 'A씨가 박씨를 살해할 킬러를 알아봐달라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A씨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피해자 사망 이후 B에게 전화가 와 'C가 박씨를 죽였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B씨가 혼자 살해를 교사해놓고, A씨에게 책임을 덮어씌웠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가 박씨 사망 당일부터 B씨에게 3차례에 걸쳐 지급한 돈 2500만원이 증거가 됐다. A씨는 이를 사업자금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킬러에게 지급될 대금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킬러는 도대체 어디에

그러나 여전히 킬러는 신원이 특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B씨는 법정에서 피해자 사망 당일 킬러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식당에 왔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만났던 킬러의 외모를 설명하며 "피부가 까맣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범죄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 역시 "얼굴이 하얗고 잡티가 없어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절대 필리핀인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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