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메시지’ 동거녀 살인男… 2심서 징역 18년→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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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5. 오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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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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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하던 여성이 외도를 의심하는 등 욕설이 담긴 음성 메시지를 보내자 살해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22년으로 형이 가중됐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최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5)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을 명령해달라는 검사 측 청구는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로 1심과 같이 기각했다.

김씨는 2016년 피해자 A씨(59)를 우연히 알게 돼 교제하다가 2018년 5월부터 A씨 집에서 동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씨가 재력을 거짓으로 부풀려 말한 사실이 드러났고 도박을 하거나 외도로 의심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A씨는 실망이 커져갔다.

김씨가 지난해 9월 10일 새벽녘 노래방에서 뒤늦게 귀가한 게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분노한 A씨는 김씨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이에 김씨는 휴대전화를 끈 채 가출했다. 김씨가 일주일 만에 휴대전화를 켜보니 A씨에게서 “집에서 나가라” “한 달 150만원은 생활비도 안 된다” “노래방 도우미와 성관계를 맺었느냐”는 등의 욕설이 뒤섞인 음성 메시지가 와 있었다.

격분한 김씨는 A씨 집으로 찾아갔다. A씨가 대화를 거부하고 집 밖으로 나가려 하자 김씨는 A씨를 넘어뜨리고 미리 준비한 청테이프로 결박했다. 김씨는 주먹으로 전신을 구타하고 흉기로 찔러 A씨를 숨지게 했다. A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집 안에 A씨가 없는 것처럼 꾸며놓고 A씨 아들의 자동차와 택시, 버스를 갈아타면서 도주했다. 경찰의 추적을 어렵게 하려는 이유였지만 그는 범행 이틀 만에 모텔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미리 피해자를 살인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반대로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참기 힘든 욕설이나 괄시 등 도발적 언동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가게 된 직접적 계기였다고 해도, 사건 발생의 주된 책임은 여전히 피고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에게 불만을 품은 주된 원인은 신뢰를 저버린 김씨의 분별없는 거동이나 태도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에 혼선을 유발한 것에 대해서도 “범행 후 정황이 심히 불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하여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참회하면서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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