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고 갔더니 "엄마 죽는다"…3000만원 건넨 승무원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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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18. 오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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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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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유튜버' 함부로 믿었다간"
사이비' 무속' 영업 판친다

온라인서 유명세로 점사 고객 끌어모아
"살(殺) 끼었다"며 수 천만원 굿판 열고 부적 판매도
"정식 허가 여부 불투명…주의 당부"
사진=게이티이미 뱅크

지난달 한 유명 무속인이 사기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20년 항공사 승무원 A씨에게 "엄마에게 상문살(죽은 사람 몸에서 나오는 귀신의 기운)이 끼었다.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엄마가 죽는다"며 3차례에 걸쳐 3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다.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A씨와 같은 점사(占辭) 고객을 끌어모았다.

최근 무속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다. 주로 연예인 사주를 풀어보거나 무속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공개하며 주목을 끌기 때문이다. 다만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사이비 무속인'마저 유튜브 채널을 홍보 수단으로 삼아 무속 행위를 일삼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현재 유튜브에는 'OO도령', 'OO아씨' 등 이름으로 수십 개의 무속인 채널이 존재한다. 영상 조회수는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십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채널 다수는 전화번호, 주소 등을 써넣어 놓고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과연 누가 정식 허가를 받은 무속인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속인이 정식으로 무속 행위를 하기 위해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한국민속문화삼족오연합회에 등록해야 한다. 또 국세청에도 '점술업'으로 개인 사업자 등록을 마쳐야 무속 행위로 영리 활동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통상 정식 무속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 유명세를 치른 사이비 무속인들은 이 과정 중 일부가 누락된 경우가 많다. 최태완 한국민속문화삼족오연합회 이사장은 "물론 온라인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무속인들 모두가 가짜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들 중 일부는 아예 협회에 등록 자체가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제대로 된 무속 행위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이들은 점사를 보러 온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고비용의 굿을 권하거나 부적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굿 비용은 최소 1000만원대에 달한다. 부적 역시 점사 결과에 따라 수백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법원은 길흉화복에 대한 어떤 결과를 확실하게 약속한 후 이 같은 행위를 벌이는 것은 무속 행위라도 사기죄라고 보고 있다. 최 이사장은 "무속 행위 대가로 요구하는 비용이 과다하다면 일단 가짜 무속인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4월, 별다른 이유 없이 건강이 안 좋아져 충남 아산의 한 무속인을 찾았다는 B씨도 부적값으로 300만원을 갈취당했다. 그는 "TV에도 출연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 해당 무속인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며 "점사를 보더니 갑자기 '상문살이 껴서 부적을 사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부적값을 입금받자마자 느닷없이 잠적해버렸다"며 "힘든 상황에서 당한 거라 더 비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성엽 법무법인 정앤김 변호사는 "만약 사이비 무속인에게 피해를 당했을 경우 가장 먼저 협회에 연락을 취해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법원은 사기죄 적용에 앞서 무속인이 정말 신내림을 정말 받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이때 협회 등록 여부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무속인이 하는 말을 녹취해서 혹시 나중에 있을 사기 피해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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