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교통법규 위반 없었다"…'보복운전' 2심서 무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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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25. 오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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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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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부간선도로

급제동 보복운전을 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40대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2년간 교통법규를 한 번도 위반한 적이 없었던 운전자가 과속 단속을 피하고자 속도를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오늘(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의 행위가 협박죄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 촉발·해악의 고지 의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2021년 6월 4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25분이었습니다.

서울 광진구 동부간선도로에서 A 씨가 3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던 중 거의 동시에 1차로에서 2차로로 들어오던 B 씨와 사달이 났습니다.

검찰은 A 씨가 양보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B 씨에게 협박성 위협운전을 했다고 보고 A 씨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습니다.

A 씨는 2차로를 선점한 B 씨를 추월해 전방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 위협했고, 뒤에서 B 씨가 차로를 변경하자 이를 따라 차로를 변경해 다시 속도를 급히 줄이는 등 협박성 급제동을 반복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직권으로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습니다.

공판절차를 통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같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1심은 처음 2차로에 B 씨가 먼저 진입하고는 양보해주지 않은 시점에 A 씨의 욕설이 블랙박스에 녹음된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B 씨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B 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수협박죄가 인정된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판단처럼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그대로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세밀히 재구성한 2심의 판단은 무죄였습니다.

재판부는 급제동 상황을 모두 3차로 구분했습니다.

1차 제동 당시는 두 차량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부딪힐 정도로 근접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앞지르기에 B 씨가 경적을 울려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A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봤습니다.

2·3차 제동은 블랙박스에 담긴 도로 영상이나 내비게이션 경고 소리를 종합하면 과속단속구간이나 제한속도표지판이 있던 곳에서만 했다는 점도 인정됐습니다.

A 씨가 1999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2021년까지 22년 동안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한 속도를 넘기지 않으려 제동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2심은 판단했습니다.

A 씨는 마지막 급제동이 추월에 화가 난 B 씨가 자신을 쫓아온다고 느껴 추월해가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는데, B 씨의 블랙박스 소리를 분석한 결과 A 씨가 차로를 변경하거나 깜빡이를 켜자 뒤따르던 B 씨도 깜빡이를 켰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봤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앞으로 끼어들면서 약간의 시비가 있던 상황에서 제동해 B 씨가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넘어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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