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의사라고 벌금형? “어머니 10개월째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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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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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블리’ 방영 후 공분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로 인해 경추 손상을 입고 10개월째 누워 생활하는 A씨의 어머니.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영상 캡처.


상대 차량 탑승자에게 전치 16주의 피해를 입힌 음주 운전자에 대해 검찰이 1500만원 벌금형을 구형한 데 그친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가해자는 직업이 의사인 것으로 밝혀졌고, 변호인은 재판에서 “의사인 점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는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해 어머니가 경추에 다발 폐쇄성 골절을 입고 전치 16주를 진단받았다는 A씨의 사연이 다뤄졌다. 가족과 함께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집을 200m 남겨둔 곳에서 사고가 벌어졌다. 신호를 받고 좌회전 중이던 A씨는 맞은 편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돌진한 차량과 크게 부딪혔다. 탑승자는 대부분 경상이었는데 조수석 뒷자리에 앉은 어머니는 평생 장애가 남을지도 모르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영상 캡처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상대 차량의 차주는 혈중알코올농도 0.119%, 면허 취소 수치의 약 1.9배였다. A씨는 “가해자가 차에서 내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사고 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우왕좌왕하고 난동을 부려서 현장에서 면허 취소가 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 병실에 가서 어머니를 봤는데 보조기를 로봇처럼 턱부터 몸을 고정했더라. 참담했다”며 “목뼈가 7개 중 5개가 골절됐다더라. 수술해야 하는데 사망이나 전신 마비의 위험을 동반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상한 일은 이후 벌어졌다. 수술 일정을 잡았으나 갑자기 당일에 취소가 됐다. 며칠 뒤에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퇴원을 요구했다. 결국 다른 병원에서 어머니는 수술을 받았다.

사고 이후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던 A씨의 어머니.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영상 캡처


가해자로부터 연락은 사고 발생 후 넉 달이 지나서야 받았다. A씨는 “최초 연락이 왔는데 문자에 본인 이름 넣어서 보냈다. 한번 만나자고해서 알겠다고 하고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 하다 보니 가해자가 의사였다”고 말했다.

이후 상대방 변호사는 합의금 500만원을 제안했다. 화가 난 A씨는 거절했다. 이후 전화는 계속됐다. A씨는 “‘1000만원은 어떠냐’고. 흥정하듯이 ‘1500만원은 어떠냐’, 뜸 들여서 ‘2000만원? 내가 신경 써서 3000만원까지’라고 했다”며 “우롱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분함을 표했다.

A씨가 합의를 해주지 않자 가해자 측은 공탁금 2000만원을 걸었다. A씨의 아버지는 즉각 탄원서를 써서 제출했다. A씨 아버지는 “공판 날 검사가 1500만원 벌금형을 구형하더라. 깜짝 놀라서 소리칠 뻔했다. 변호인이 ‘징역형 받으면 의사 생활을 못하니까 선처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A씨는 “법은 평등해야 하는데 의사라서 음주운전에 신호위반 사고를 내서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고도 감면을 받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장 큰 피해자인 A씨의 어머니는 10개월을 침대 생활을 이어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A씨는 “죄를 지었으면 직업, 돈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평등하게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본 한문철 변호사는 “(피해자의) 마지막 억울함에 대한 보루는 1심 판사밖에 없다. 나는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그것도 징역 6월이 아니라 1년 이상. 대신 법정 구속은 안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향해 “변호사를 선임할 돈을 합해서 형사 합의를 해라.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아야 판사로부터도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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