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는 무죄...'강남 스쿨존 사망' 징역 7년→5년 감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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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24. 오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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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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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고씨가 지난해 12월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하교하는 초등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40대가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2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 이규홍)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어린이보호구역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4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고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A군(9)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오후 5시 무렵으로, 고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28%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또 사고를 내고 그대로 차를 몰아 현장에서 약 20m 떨어진 집 지하주차장에 차를 댄 뒤, 약 50초 뒤 현장으로 돌아왔다.

쟁점이 됐던 고씨의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판단이 같았다. 모두 무죄였다. 검찰은 “고씨가 A군이 죽거나 다쳤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사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의도적으로 벗어난 것”이라며 고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고씨가 체포 전까지 계속 현장을 지켰고, 목격자들에게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밝힌 점 등을 근거로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블랙박스 영상 등에 비춰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하교 앞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초등학생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2심 재판부가 감형을 한 건 1심 재판부가 나머지 죄에 대한 양형을 잘못 했다고 판단해서다. 한 가지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할 경우 중복해 처벌하지 않고 그중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1심 재판부는 그러지 않고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와 어린이보호구역치사죄를 중복해 처벌하는 식으로 형을 정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고씨는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 유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면서도 “원심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형사공탁금 제도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고씨는 1~2심 재판 중 총 5억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A군 유족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해 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경우, 공탁 사실을 양형에 고려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보인다”며 “공탁 사실을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고 했다. 백혈병에 걸렸다는 고씨는 이날 민머리로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고씨는 선고가 내려지자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유족 “아이 사망했는데 5년…믿을 수 없어”
선고가 끝난 뒤 A군 아버지는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토요일이 우리 아이가 하늘나라에 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또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이가 당장에라도 나와 아빠라고 부를 것 같다. 저희는 아직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너무나 화가 난다. 우리 아이가 학교 마치고 집에 오는 중에 사망했는데, 5년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며 분노를 토했다. A군 유족의 법률대리인단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도주치사 부분을 무죄로 인정했고, 피해자의 거부에도 공탁 사실 등을 들어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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