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했는데 900만원 넘게 물어줬어요”…새해 차보험 약관 ‘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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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26. 오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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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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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환자 4주 초과 땐 진단서 제출
긁히고 찍혔다면 품질인증부품 교환


[사진 = 손보업계]
#A씨는 시내 정체 구간에서 시속 10km 내외로 운전하다 앞차와 살짝 ‘콩’ 부딪혔다. 사고 충격은 거의 없었으나 과실비율이 100%인 후방 추돌사고였다. 황당한 것은 앞차 운전자 B씨가 진단서 없이 한방치료를 계속하는 바람에 530만원(상해 14등급)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이에 A씨는 “(보험사에서 전화해) 너무 과하게 보험금이 지급된 거 아니냐”고 따졌으나 보상직원은 “피해자의 요구가 터무니 없이, 과한 것은 맞지만 (보험사도) 민원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만 했다. 납득이 안된 A씨는 금융감독원에 과잉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C씨가 운전하는 차량과 다른 차량 사이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해 왼쪽 바퀴 윗부분이 살짝 들어가고 도색이 벗겨졌다. 조사결과 C씨 과실이 80%로 더 컸다. C씨의 차량 수리에는 27만원이 들었다. 사고 직후 C씨는 별다른 부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병원 진료에서 단순 타박상으로 ‘상해급수 14급’ 진단을 받았다. 상해급수 14급은 교통사고 상해등급에서 가장 경미한 등급이다. C씨는 사고 이후 한방의료기관 20곳을 비롯한 의료기관 24곳에서 153회 진료를 받았다. 사고 책임이 20% 밖에 안 되는 상대 차량의 보험사가 C씨 대인보상에 쓴 비용은 치료비 730만원과 합의금 200만원을 합쳐 무려 930만원이나 됐다. 웬만한 경차 한 대 값 맞먹는 액수인 셈이다.

#D씨는 선행차량 후미 추돌사고로 번호판이 약간 손상된 정도(수리비 0원) 임에도 진단서 없이 14개월(69회 통원치료) 치료받은 후 보험금으로 약 950만원 지급 받았다.

위 사례들처럼 경미한 자동차사고 보험금 지급이 구체적인 잣대없이 천차만별로 지급, 관련 민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내년부터 교통사고 표준약관이 ‘확’ 바뀐다. 경상환자(12~14등급)에 대한 치료비(대인2) 중 본인 과실 부분은 본인보험 또는 자비로 처리토록 하고, 4주를 초과하는 장기치료 시에는 진단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또 복원수리만 가능했던 긁히고 찍힌 경미손상의 경우엔 신품 품질인증부품으로 교환수리가 가능해진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새해 1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먼저 새해부터는 경상환자의 대인배상Ⅱ 치료비 중 본인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이나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현재는 자동차 사고발생 시 100대 0 사고만 아니면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줬다. 이로 인해 과실비율이 적은 피해자가 부상정도가 심한 가해자에게 더 많은 치료비를 보상해줘야 하는 등 형평성 문제와 과잉진료 유발 부작용이 발생했다.

가령, 과실비율이 80%인 가해자와 과실비율 20%인 피해자가 똑같이 상해 14급을 받아도 치료비가 가해자는 500만원, 피해자는 50만원이 나왔다면 현재는 이를 전액 상대방 보험사에서 지급해줬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과실비율 적용으로 인해 가해자는 100만원만, 피해자는 40만원만 각각 상대방 보험사에서 지급받고 나머지는 본인보험이나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다만 경상환자의 대인배상 시 본인과실이 적용되더라도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차량운전자를 제외한 보행자나 이륜차, 자전거 등은 과실이 있어도 지금과 같이 치료비가 전액 보장된다.

자동차보험에서 대인배상 담보는 의무보험인 ‘대인배상Ⅰ’과 임의보험인 ‘대인배상Ⅱ’로 나뉜다. 대인Ⅱ는 대인Ⅰ의 초과 손해를 물어주는 보험으로 사실상 제한이 없으나 대인Ⅰ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으로 보험사의 보상 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번 제도 개선 대상에서 빠졌다.

아울러 새해부터는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한 장기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제출도 의무화 된다. 지금은 사고발생 시 진단서 등 입증자료 제출 없이도 기간의 제한 없이 치료하고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간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보험사에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상급병실(1~3인 입원실) 입원료 지급기준도 개선돼 교통사고 환자가 ‘병실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한 경우 의원급을 제외한 병원급 이상에 대해서만 상급병실료가 인정된다.

일부 의원에서 교통사고 환자가 병실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한 경우 7일까지는 입원료를 전액 지급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입원실을 상급병실만 설치함으로써 고가의 병실료를 청구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이와 함께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는 수리비와 견인비, 친환경차 대차료 지급 기준도 개선된다.

자동차보험의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에서 긁히고 찍힌 ‘경미한 손상’의 수리 기준에 복원수리 외에 ‘품질인증부품’을 이용한 교환수리도 가능하다.

품질인증부품이란 자동차 제작사에서 출고된 자동차의 부품과 비교해 성능·품질은 동일하거나 유사하지만 가격은 자동차 제작사가 제조한 OEM 부품보다 저렴하다. 경미한 손상은 현행 약관상 복원수리 대상인데 손상 정도가 심한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교환수리를 요구하거나 수리 난이도가 높은 일부 차종은 복원수리 비용이 더 비싼 문제가 있었다.

또 보험금 산정 기준이 없었던 견인비용과 관련해 대물배상에서 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공장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견인비용을 보상토록 했다.

현재 배기량과 연식만 고려한 대차료 지급기준도 개선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하이브리드나 다운사이징엔진 장착 차량 등 친환경차량은 ‘차량 크기’를 함께 감안,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한 수준의 대차료가 지급된다.

이 외에도 대물배상 보상시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중요한 부품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의 모터 및 구동용 배터리도 추가된다.

최진영 금감원 특수보험1팀장은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보험 가입차량은 약 2400만대, 연간 자동차보험료는 20조3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등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으로, 국민들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선 내용은 내년 1월1일부터 자동차보험 계약부터 적용되면서 경상환자 등에 대한 보상체계 합리화를 통해 과잉진료 감소와 이에 따른 국민 보험료 부담 완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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