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30만원 줄게” 친구들아 모여…고전이 된 이 수법[어쩌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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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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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교통사고 내고 합의금 요구
사고 다발지역 노려…무조건 입원
사례 많아 보험사기 쉽게 적발
“편취 보험금 적어도 실형 가능성”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는 보험사기는 고전이 됐습니다.

이제는 그 사례가 너무 많이 누적된 만큼 사고 패턴이나 치료받은 내용들을 분석하면 쉽게 보험사기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죠.

고의 교통사고는 보통 교차로 내 유도선을 따라 진행하지 않는 차량과 일부러 충돌하거나 차선 변경이 금지돼 있는 실선 표시 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과 의도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으로 실행됩니다.

고의로 사고를 낸 사람은 충돌 이후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병원으로 직행하고 바로 입원을 합니다. 입원을 해야만 증상에 비해 더 많은 보험금(합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원은 보험금을 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20대 청년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당으로 수십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가 차량을 이용한 고의 교통사고, 즉 보험사기에 연루됩니다.

모집자는 A씨에게 차량에 탑승해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A씨는 모집자가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탑승했습니다. 이후 모집자가 고의로 사고를 내자 사전에 모집자와 약속한 대로 근처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모집자는 보험사 직원과 통화해 합의를 하는 요령을 A씨에게 알려줬습니다. A씨는 모집자가 시키는 대로 보험사 직원과 합의를 하고 퇴원을 했습니다.

그렇게 지급받은 보험금의 대부분은 모집자에게 줬습니다. A씨 자신은 그 대가로 30만원을 받았습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A씨는 생각보다 쉽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경험한 후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보험사기를 직접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죠.

A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여러 번 고의 교통사고를 내면 보험사기가 쉽게 발각될 것 같았습니다.

쉽게 보험사기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A씨는 자신의 경험을 차량을 소유한 친구 B, C와 공유했습니다. 보험사기를 친구들과 함께 공모한 것입니다.

계획을 세운 A씨와 친구들은 서로의 차량을 돌아가면서 고의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사고를 내기 전에는 원래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를 고르거나 CCTV가 없는 장소를 물색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A씨와 친구들은 수차례 보험금을 편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범행 장소를 고를 순 있어도 피해를 당한 차량이 가입한 보험사를 미리 알고 선택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한 보험사 직원에 의해 A씨가 피해자로 여러 차례 보험금 청구를 접수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사고 경위와 치료 수준이 비슷하다는 점도 발견했죠.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A씨의 보험사기 행각은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입원하면 보험금 더 많이 줘


경미한 교통사고인 경우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혹시 모를 후유증 때문에 며칠 간 입원을 하며 경과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뇌출혈 같은 질병은 사고 며칠 후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위 나이롱 환자(허위·과다 입원 환자)는 만에 하나 후유증이 걱정돼 수일 동안 입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함이죠.

피해자가 자동차 사고로 입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보험접수에 따라 피해자의 병원치료비를 가해 차량의 보험사가 지불 보증합니다. 보험사가 병원비를 대신 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계속해서 교통사고로 인한 증상을 호소하며 장기간 입원을 하거나 통원치료를 지속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보험사 직원은 소위 합의라는 것을 시도합니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앞으로 받을 치료비와 위자료, 그리고 그간 통원하는데 들었던 비용들을 계산해 지급하고 더 이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죠.

설령 보험사기범이 아니라 하더라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로 하여금 빨리 병원 치료를 끝내도록 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여러모로 이익입니다.

치료가 계속되더라도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도록 해야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는 것이죠. 피해자 치료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이 비급여로 진행되는 만큼 입원이나 치료에 따른 보험금 발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고의로 사고를 내는 보험사기범들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일찍 퇴원하거나 더 이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을 테니 합의금을 두둑하게 달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유형의 보험사기는 너무 고전적이라 쉽게 들통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그런 만큼 보험사기 유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A씨의 사례도 나름 치밀하게 고의 교통사고를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한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가 집중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죠.

법무법인 한앤율 한세영 변호사는 “이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보험사기 유형은 매우 쉽게 적발이 된다”며 “지급받은 보험금이 적다고 하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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