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김씨와 오토바이 운전자 등 관련자 조사를 하고 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의 영상 분석을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에 이어 지난 11일 오후 용산서를 찾아 2차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이촌동 한 사거리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던 중 신호를 어기고 불법 좌회전을 했다. 행인을 발견한 김씨는 차량을 세웠지만 곧바로 오토바이 한 대가 황색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다 김씨 차량에 부딪혔다. 피해자는 다리 부위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음주운전은 아니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자리를 떠 뺑소니(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혐의를 받고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 차량 블랙박스에는 내가 가만히 있는 김씨 차량에 몸을 기울이는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사고는 인지하지 못한 사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호소했다.
그는 “당시 교차로를 향해 가던 중 시야에 우회전을 하려는 차량 뒤꽁무니와 길을 건너는 행인이 들어왔다. 우측 갓길엔 경상용차도 세워져 있었다”며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좌회전하려는 김씨 차량을 보지 못한 채 지나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몸이 김씨 차량 쪽으로 쏠린 건 엄지발가락 부위가 차량에 쓸리면서 발목이 바깥쪽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며 “정강이 안쪽 부위가 다친 것도 그 이유”라고 덧붙였다.
반면 피해자는 “길 건너편에 오토바이를 댔다. 다친 다리가 너무 아파 엎어져서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오토바이는 손상된 상태였고 운전자 정강이에서 피가 났다고 한다.
송인석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 교수는 “사고 직후 오토바이가 멈췄는가로 김씨 도주 여부 판단할 수 있다. 오토바이가 멈췄는데 김씨가 현장을 떴다면 도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토바이가 그냥 갔다고 해도 김씨가 즉시 차량을 세우고 살피지 않았다면 도주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미한 교통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명함까지 줬지만 구호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경우 뺑소니로 본 대법원 판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김씨 측은 “단순히 진단서가 있다거나 현장에서 동의 없이 그냥 갔다고 해서 뺑소니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실제 치료가 필요했는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사고로 생긴 상처는 맞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 명시된 대법원 판례도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경일 변호사는 “피해자가 지나치게 많은 합의금을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등 사회적 상식선에 어긋나면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인석 교수는 “3500만원이라는 합의금은 과도하다”라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땐 현장을 떠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송 교수는 “교통사고가 나면 차량을 즉시 세워야 한다”면서 “사람이 다쳤을 땐 119에 연락하고 차량이 조금 찌그러진 정도라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보험회사를 빠르게 불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살짝 닿아 그냥 가도 될 정도라면 명함보단 휴대전화로 서로 연락처를 통화와 발신번호로 기록해두는 게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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