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에 4명이 뒷목 잡고…"당했다" 車보험사기, 피해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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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24. 오전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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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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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중고차로 고의 접촉사고 유발
음주운전 불법유턴 차량은 먹잇감
경찰 신고, 벌금 처벌받는 게 이득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관련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2만7855명에 달한다.[사진 출처=금융감독원]
#A씨 등 6명은 보험사기를 저지르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큰돈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며 10~20대 가담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차 한 대에 4~5명씩 탑승한 뒤 불법 차선변경과 같은 교통법규 위반을 저지른 차량과 고의 충돌했다. 이들이 편취한 보험금은 9억원이 넘는다.

#B씨는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차량에 일부러 팔을 부딪쳤다. 상해를 입은 것처럼 꾸민 B씨는 해당 차량 운전자에게 치료비나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보험금을 받았다. B씨는 보험사기 혐의를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통장도 개성했다.

경찰이 적발한 보험 사기다. 보험사기는 매년 증가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적발한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4만7417명, 보험 사기 금액은 4526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적발인원은 지난 2018년 상반기 3만8687명에서 2019년 상반기에는 4만3094명으로 많아졌다. 적발금액도 같은 기간 4000억원에서 4134억원으로 늘었다.

금감원 보험사기방지센터 [사진 출처=금감원]
'적발된 보험사기 10건 중 9건 이상은 손해보험 종목에서 발생했다. 이 중 자동차보험관련 적발인원은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한 2만7855명에 달한다. 적발금액은 6.4% 늘어난 1890억6400만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경기침체로 생계형 보험사기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과 관련해서는 고의충돌이 전년 동기보다 40.9%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용 블랙박스와 CCTV가 많아지면서 자동차를 이용한 사기 행각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진단한다. 대신 음주운전자, 역주행 운전자 등 교통법규 위반자를 대상으로 고의사고를 일으키는 보험사기는 활개를 치고 있다.

피해자들이 사기를 의심해도, 블랙박스나 CCTV가 있어도 먼저 잘못을 저질렀기에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서다.

보험사기꾼들이 활개를 치는 시기는 봄이다. 사회 초년생, 초보 운전자 등이 생애 첫차를 구입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운전이 미숙하고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커 보험사기꾼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 된다.


보험사기 단골 먹잇감, 음주운전


보험사기꾼들은 고의 접촉사고를 선호한다. [사진 출처=매경DB]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기꾼들은 음주운전자를 가장 선호한다. 유흥가 골목에 잠복해 있다가 술에 취한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으면 일부러 사고를 일으킨 뒤 합의금을 요구한다.

차를 타고 어슬렁거리다 음주운전 차량을 발견하면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기도 한다. 목격자를 가장한 공모자에게 운전자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린다.

20~30대 공모자들이 문신이나 칼자국을 보여줘 공포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요 활동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다.

운전자가 '사기'라는 것을 알더라도 이미 때는 늦었다. 내 차 안의 변호사 '블랙박스'도 무용지물이다.

음주운전에 제 발 저린 운전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려하기 마련이다. 보험사기꾼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뒤 합의금을 요구한다.


불법유턴 중앙선 침범도 보험사기꾼 선호


교통법규 위반차도 보험사기꾼이 선호한다. [사진 출처=매경DB]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붐비는 관광지도 보험사기 명당이다. 불법 유턴,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 위반 차량이 많아서다. 보험사기꾼은 불법 유턴차가 나타나면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낸다.

일방통행 도로도 보험사기꾼들이 선호한다. 어두운 곳에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숨어 있다가 역주행 차가 나타나면 블랙박스 사각지대에서 몸을 날리거나 자전거를 탄 채 뛰어든다.

일방통행 도로 중간이나 진입로 근처에서 차를 타고 기다리다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중앙선 침범이 잦은 왕복 2차로 국도나 지방도도 보험사기꾼들이 빼놓지 않는 장소다.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가 나타나면 접촉사고를 낸 뒤 돈을 요구한다.

보험사기꾼들은 초보 운전자들이 운전 연습을 하는 도로도 노린다. CCTV가 없는 곳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으로 블랙박스 사각지대인 차 옆을 들이받은 뒤 쓰러지는 수법을 사용한다.

운전자가 당황하면 괜찮다고 말하며 안심시켜 경찰이나 보험사에 연락하지 못하도록 막은 뒤 전화번호만 파악하고 자리를 재빨리 피한다. 운전자가 그냥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 뺑소니로 신고하거나 협박한다.

뒤따라오는 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주행하는 것을 확인하면 교차로나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 추돌사고를 유도하기도 한다.


수입 중고차로 1년간 169번 사고 일으켜


보험사기 피해를 줄이려면 상대방의 연락처, 피해 규모, 차량번호 등을 정확히 파악해둬야 한다.[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수입 중고차를 이용한 보험사기도 많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타깃이다. 차량 앞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접촉사고를 일으킨다. .

사기꾼의 특징을 살펴보면 수입차에 젊은 사람들이 여러 명 타고 있다. 통증이 심하다며 과도하게 아픈 표정을 짓거나 차 가격과 수리비가 비싸다며 피해를 과장한다. 사고 발생 경위를 두루뭉술하게 설명한다.

수리비 명목으로 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는 수입 중고차를 타고 다니면서 1년 반 동안 169번 사고를 내 3억원 가까이 뜯어낸 보험사기꾼도 있다.

횡단보도, 좁은 골목길에서 뒷바퀴에 살짝 발등을 밀어 넣거나 차량에 팔이나 몸을 부딪치는 수법도 있다. 사고를 유발한 뒤 차량을 두드려 사고 사실을 알린다. 목격자로 위장한 공모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큰 소리로 알려준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합의하자고 하거나 보험 처리를 요구한다.

보험사기꾼들은 사고 처리가 미흡한 운전자에게 가벼운 사고로 괜찮다고 하면서 뒤통수 치는 수법도 애용한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법규 위반 사실만을 인정하게 한 뒤 다친 곳이나 부서진 곳이 없다고 헤어진다. 나중에 적절한 조치가 없이 뺑소니쳤다며 고액 합의금을 요구한다.


고의사고 의심되면 경찰·보험사에 신고


금감원 보험사기방지체계 [사진 출처=금감원]
법규 위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보험사기를 예방하려면 법규를 준수하는 게 최선이다. 고의 사고가 의심된다면 상대차량의 파손 부위와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사고현장을 촬영해둬야 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상대방의 부상 부위와 정도, 상대차량 탑승자 수 등을 확인한 뒤 녹음이나 영상 자료를 남겨둬야 한다. 병원 치료 과정에서 부상 부위를 과장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고의사고가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다. 면허 정지·취소, 벌금, 벌점 등을 처벌받는 게 보험사기꾼에게 질질 끌려 다니며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다.

경찰에는 사고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고의사고가 의심되는 부분을 적극 주장한다.

가벼운 사고도 가능한 경찰이나 보험사에 사고 접수한다. 현장에서 합의한 경우에는 합의서를 반드시 작성한다.

또 상대방 연락처, 피해정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연락처를 받으면 현장에서 직접 전화해 상대방 게 맞는 지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갔다면 병원 직원에게 연락처를 알려줘야 뺑소니로 처벌받지 않는다.

보험사 보상직원도 비서처럼 여기고 도움을 받는다. 보험사에 사고를 신고하면 무조건 보험으로 처리해야 하고 결국 보험료가 오른다고 주저할 필요는 없다. 사고 접수만으로 보험처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문가인 보상직원의 조언을 받아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보험 조사 과정에서 사기 경력을 확인할 수도 있다.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에게는 상대 차량 탑승자 수, 상대방 연락처, 차량번호, 사고 현장 사진 등을 제공한 뒤 의심스러운 부분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 목격자 연락처나 진술을 확보하면 더 좋다.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방지센터'나 보험사 보험사기담당부서에 연락하면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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