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진다고 죽으면. 내가 다 아니까" (지난 6월 8일 사고 직후)
"책임? 무슨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7월 24일 구속영장 심사 기일)
한 택시기사가 "내가 책임지겠다"며 호흡이 옅어져가던 어머니를 이송중인 구급차를 10분 넘게 막아섰다. 사고 처리를 하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어머니는 결국 병원에서 숨졌다.
지난 6월 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와 택시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 환자를 태우고 가던 사설 구급차가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다가 발생한 경미한 접촉사고였다.
택시기사 최모씨(31)는 당장 사고를 책임지라며 구급차를 막았다. 뒤늦게 119 구급차가 왔지만 이 일로 병원 이송은 11분 가량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급차 운전기사와 환자 가족은 "우선 병원에 모셔드리자"고 했지만, 최씨는 "죽으면 내가 책임질테니 이거 처리하고 가라"며 막아섰다. 폐암 4기였던 환자는 이송 몇 시간 뒤 사망했다.
최씨가 '책임지겠다'는 언급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며 그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숨진 환자의 아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73만명의 동의를 얻어 김창룡 경찰청장이 직접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김 청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공식 유튜브에서 "긴급자동차 양보의무를 불이행시 벌칙규정을 실효성 있게 개정하고 긴급자동차 우선신호 시스템을 확대·구축하겠다"고 답했다.
책임지겠다던 택시기사 최씨, 진술 번복해가며 '법정 공방'
지난 9월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씨는"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양보하지 않고, 사고를 일으키고 보험금을 불법 탈취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사망한 환자 유가족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형사재판에서 2017년 7월 일부러 사설구급차를 들이 받은 혐의를 비롯해 이 사건 사고도 고의로 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10월 21일 선고공판에서 최씨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형사 재판에선 변호사 바꾸면서 '항소'…민사 재판부 "최씨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
최씨는 그러자 돌연 담당 변호사를 교체해가면서 1심 판결에 '항소'했다. 형량이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
또 최씨 측은 지난달 2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3단독 조원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는 "고의로 구급차 사고를 낸 적이 없고 과실로 인한 사고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앞서 형사재판에서 했던 최씨의 진술과 상반된 내용이다.
재판부는 최씨 측에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서 형사재판 당시와 진술이 서로 상반된다"며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으니 관련 근거를 보충해오라"고 했다.
사고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최씨는 유족 측에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유족 측 대리인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는 형을 적게 받기 위해 혐의를 인정하고 민사 재판에서는 진술을 바꾸는 최씨 측 태도에 매우 유감"이라며 "여전히 유족에게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부(부장판사 김춘호)는 이달 23일 오전 최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연기됐다. 재판 일정은 내달 15일 오후 4시30분으로 옮겨졌으나 동부구치소발 집단감염 확산세에 다시 연기될 수 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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