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23㎞에 감방 2년?" 민식이 판결 본 변호사들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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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8. 오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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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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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엄마 박초희 씨, 아빠 김태양 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0/뉴스1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고(故) 김민식 사고에 대해 법원이 가해 운전자에게 '금고 2년형'의 실형을 선고했다. 민식이법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강한 처벌이란 지적이다.

지난 27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2단독 최재원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4)에게 집행유예없이 '금고 2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강제노역만 하지 않을 뿐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구금되는 형벌이다.

A씨는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시속 30㎞ 속도제한)에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동생과 함께 손을 잡고 뛰어 건너던 김민식(당시 9세)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무상과실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사건에 '금고 2년형'…"센 형량"


검찰은 지난 17일 결심공판에서 이미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의 1항이 적용되는 '업무상과실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다.

음주나 도주사건이 아닌 '운전업무 중 전방주시와 어린이 안전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과실에 의한 치사사건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한 검찰의 구형량도 극히 이례적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 형제가 함께 사고를 당한 점, 형이 사망하였고, 어린 동생도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후유증이 염려되는 점, 부모가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고, 피고인에 대하여 엄벌을 구하는 점 등"을 피고인 A씨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반면 "초범이고, 차량이 시속 22.5~23.6km로서 그리 빠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 형제가 갓길에 주차된 차량(실제로는 반대편 차선에 신호대기 중인 차량) 사이에서 횡단보도로 뛰어서 건너는 상황이어서 과실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법원의 선고 형량은 법정형 이내이고 대법원 양형기준표 범위내에 들어가긴 하지만 다른 사건과의형평성을 따져볼 경우엔 '엄한 처벌'이라는 게 법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과실범'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일반적이진 않다는 견해가 다수다.

대법원 교통사고 양형기준표. 민식이 사고에서의 금고 2년형은 교통사고 치사 사건에서의 기본 형량 8월~2년에선 최고형, 가중 형량 1년~3년으로 볼때는 중간에 해당한다. 법원은 양형기준표에 따라 가중, 감경요소를 적용해 형량을 결정한다.
대법원 교통사고 양형기준표 중 집행유예 기준.



합의 안되고 피해자 가족이 '엄벌'원한 사건, '가중'요소 불리하게 작용


교통사고를 주로 다루는 김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심평)는 "교통사고 과실치사 사건의 경우, 합의가 되지 않아도 초범이고 깊이 반성하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고에 대한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판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과속도 하지 않은 과실 운전자에게 내린 선고치고는 '정말 심하다'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센 판결"이라며 "고의로 죽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음주도 아닌 반대 차선 차량들 사이에서 뛰어 나온 아이들을 피하지 못한 일반 과실 사고에서 금고 2년은 예상 밖"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재판부가 언급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 중 피해자 가족이 입은 '정신적 충격, 후유증, 정신적 고통'은 양형기준표에 나오는 양형인자로 볼 순 없고 '엄벌을 구하는 점' 정도만 가중요소가 되고 오히려 '초범에 제한속도를 지켰고 피해자 과실이 있는 점'은 감경요소가 된다"며 "언뜻봐도 감경요소가 더 많은 사건인데 오히려 가중이 된 듯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대체로 '합의'가 되지 않은 점이 양형에 가장 불리한 요소가 됐다고 본다.


민식이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된 민식이 사고의 '형량'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큰 상황에서 1심 법원이 허용범위내에서 가장 센 형량을 내린 셈이란 평가다.



유사 사례 '어린이 사망 교통사고'에선 '집행유예'나오기도


그런데 유사사건에선 집행유예가 나온 사례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강원 인제의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40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아 중앙선을 넘어 인도를 침입해 8세아이를 사망케 한 사고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8년 9월 경기 수원의 한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지나던 8세 아이를 치어 숨지게 한 버스기사도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식이법 적용 못 한 민식이 사건도 '감방 2년'…앞으로 민식이법 적용 된다면?


민식이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3월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민식이법에 대해 과잉처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민식이 사고 1심 형량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오면서 과잉처벌 논란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식이법 가중처벌 대상 어린이 보호구역내 교통사고는 어린이(13세미만) 사망시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다치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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