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했어요" 무면허 뺑소니 사고 낸 친구 감싸주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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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2. 오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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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무면허 운전을 한 친구를 감싸주기 위해 거짓으로 자백했다면 어떤 죄가 될까요?

지난 2016년 A씨는 친구 B씨를 조수석에 태운 채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당시 A씨는 무면허 상태였는데요. 겁이 난 A씨는 사고 수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합니다. 당시 피해차량에는 운전자와 다른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요. 피해차량 탑승자들은 사고로 전치 2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A씨는 뺑소니로 가중처벌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는데요.

A씨와 B씨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데요. 무면허 사고를 낸 A씨를 감싸기 위해 B씨가 운전을 자신이 했다며 허위 자백을 합니다.

◆범인 보호하려 거짓 자백, 범인도피죄

결국 B씨의 거짓말을 들통이 났고 법원은 B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친구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 한 B씨의 행위가 형법상 범인도피죄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범인도피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범인을 도망치게 해준 행위는 물론 허위 자백 등으로 범인 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것도 범인도피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형사계장이던 C씨는 지인이 집단구타 및 증거인멸의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후 검사로부터 범인을 검거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는데요. C씨는 경찰 직무상의 의무를 저버리고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형사들이 나갔으니 무조건 도망치라"고 일러줍니다. 이처럼 경찰이 출동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준 행위 역시 범인도피죄가 인정됐습니다. (96도51)

피의자를 숨겨주는 것도 범인도피죄에 해당합니다. D씨는 마약류관리법위반죄로 기소됐던 지인에게 지낼 곳을 마련해줬는데요. 아내의 이름으로 오피스텔을 계약한 후 그곳에 피의자를 머물게 했는데 마찬가지로 범인도피죄 처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2003도8226)

다만 피의자가 친족인 경우에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돼 범인도피죄 처벌이 면제됩니다.

◆"니가 했다고 말해" 친구가 허위 자백 사주했다면?

만일 무면허 뺑소니 사고를 낸 A씨가 친구 B씨에게 "대신 자수해달라"고 부탁했다면 A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형법

제31조(교사범) ①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②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

③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도 교사자에 대하여는 전항과 같다.

거짓 자백이 B씨의 자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A씨의 강요 혹은 부탁으로 이뤄졌다면 A씨는 범인도피죄 교사범이 됩니다. 교사범은 교사를 받은 사람과 같은 형으로 처벌받게 되는데요. 무면허 뺑소니 처벌과 함께 범인도피 교사에 대한 처벌도 받아야 하는 거죠.

실제 교통사고 현장에서 이 같은 범인도피 교사 행위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된 D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를 현장으로 불러내 경찰관이 자신을 수사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작성을 방해하거나 음주측정을 다시 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법원은 D씨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한 점이나, 계속해서 친구에게 “어떻게 좀 해 보라”고 재촉하는 모습에서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2000도20)

범인도피죄와는 달리 범인도피교사죄를 저지르면 친족 사이라도 처벌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무면허 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이 동생을 경찰서에 대신 출두시켜 피의자로 조사받도록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의자의 교사죄를 인정했습니다. (2004노316)

형의 사고를 무마시켜 주려던 동생은 친족이라는 이유로 범인도피죄 책임을 지지 않았지만 동생에게 거짓 자백을 시킨 형은 뺑소니와 범인도피교사죄가 적용됐습니다.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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