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폭행 후 동영상 찍은 군인 ‘끝까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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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07. 오후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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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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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동영상까지 촬영한 현역 군인이 재판 과정에서 "동의 하에 이뤄진 일이었다"고 허위 주장을 하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오늘(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해병대 9여단 소속 상근 예비역인 2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이 남성은 입대 7개월 전인 2022년 7월부터 6개월간 우연히 알게 된 여중생을 10차례 성폭행하고, 7차례에 걸쳐 성 착취물까지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입대 후인 지난해 7월 피해 여중생과 알고 지내던 초등학생에게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접근해 5차례 성폭행을 하고 6개의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남성은 초등학생에게 피해 여중생과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전달하며 '후기를 말하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성은 재판 과정에서 '2명 중 1명은 동영상 촬영에 동의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도 명확하고, 동영상 구도나 내용을 보면 피해자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촬영해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직접 성행위를 하면서 몰래 촬영한데다 피해자들의 얼굴까지 드러난 점에 비춰볼 때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범죄 중에서도 매우 무거운 범행"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난해 6월 경찰로부터 '초등학생과 어울리지 말라'는 경고를 듣고도 범행을 이어갔다"며 "2명 중 1명과는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범죄 횟수와 기간을 고려할 때 사건의 무게가 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 "그만 살고 싶다" 울먹인 피해자…해병대 "엄중한 처벌 내릴 것"

이 군인의 범죄 행각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달 KBS 보도( [단독] 군인이 10대 미성년자 성폭행…성 착취물도 제작 )를 통해서였습니다.

피해 초등학생은 당시 취재진과 만나 "그만하라고, 싫다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내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며 "우울증이 계속 심해져서, '그만 살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고 울먹였습니다.

초등학생의 아버지는 "딸이 엄청 울고,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했다"며 "현재 정신과 진료를 계속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해 남성이 휴대전화에 딸의 이름을 욕으로 저장해 놓은 사실도 알게 됐다"며 "너무 화가 난다"고 분노했습니다.


KBS 취재 결과, 가해 남성은 제주지역 군부대인 해병대 9여단 소속 상근 예비역으로, 출퇴근하며 이 같은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판 결과를 들은 해병대 9여단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군에서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징계 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병역법에 따라 현역병이 1년 6개월 이상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확정받게 되면 전시근로역에 편입돼 전역 처리됩니다.

전시근로역은 병역처분의 일종으로, 평상시에는 징병 되지 않다가 전시에만 소집돼 군사지원업무에 투입되며, 사실상 민간인 신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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