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쿵쿵” 층간소음…대법원 “스토킹 행위”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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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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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고의적으로 소음 발생 행위
“불안감·공포심 일으키는 지속적·반복적 행위는 스토킹”
국민일보 DB

층간소음 분쟁 과정에서 고의성을 갖고 반복적으로 소음을 유발했다면 스토킹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14일 확정했다. A씨는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령받았다.

세입자 A씨는 경남 김해시의 한 빌라에서 2021년 10월 22일부터 11월 27일까지 거의 매일 새벽 시간대에 31차례 걸쳐 위층을 향해 소음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도구를 이용해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거나 스피커를 통해 노래를 크게 틀었다. 또 게임을 하면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A씨의 이런 행위는 위층에 사는 집주인 가족이 소음 일지를 작성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적발됐다. A씨는 “내가 시끄럽게 한 게 아니다”라면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 압수수색 결과 천장 곳곳에 도구를 이용해 훼손한 흔적이 확인됐다. A씨는 빌라 아래층에 살면서 평소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도 명령했다.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한 A씨는 항소심까지의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스토킹 행위가 맞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 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 범죄’를 구성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주변 이웃들의 대화 시도를 거부하고 오히려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는 등 이웃 간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웃을 괴롭힐 의도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복되는 행위로 다수 이웃은 수개월 내에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 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객관적·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경위, 피고인의 언동,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웃 간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인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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