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완’ 사진 올렸는데 음란 사이트 악용… 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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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2.09. 오후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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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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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 춤추는 사진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사진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사진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방송을 통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지난 8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는 춤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왔던 스물셋 A씨의 일상이 무너진 사연이 방영됐다. A씨는 SNS에 올린 자신의 사진이 사칭 계정을 통해 범죄에 악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A씨는 ”보디 프로필 준비할 때 ‘오운완’이라고 올린 거였다. 레깅스를 입고 찍은 건데 저도 모르는 성관계 동영상과 같이 올려서 내가 올린 것처럼 했더라”고 말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사진에는 ‘문의는 OO DM(다이렉트 메시지)’라고 적혀 있었다. 일부 사용자에게 돈을 받아 A씨 사진을 판매한 것 같은 정황이었다. A씨는 “‘대한민국 사람 중 누가 이걸 봤을까’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게 너무 무섭더라”며 “누군가를 만나서 밥을 먹으러 가는 것도 사람들 눈치와 신경이 쓰이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공황장애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피해를 토로했다.

A씨는 사진을 도용한 범인이 지인이라고 생각할만한 단서를 찾았다. A씨는 성인이 되면서 개명을 했다. 그런데 사칭 계정은 A씨의 예전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찰도 수사에 미온적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경찰서에 갔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SNS가) 미국 본사라 6개월에서 1년 걸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 경찰관은 ‘따님도 사생활이 있잖아요’라며 A씨가 의도적으로 악용된 사진을 올렸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물살을 탔다. 그 덕분인지 A씨의 어머니에게 가해자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범인은 A씨의 고등학교 선배 양씨였다. 서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A씨는 “나는 고2 때 전학 왔다. SNS에서 내가 같은 고등학교인 걸 알고 (양씨가) 교회에 같이 다니자고 제안했는데 내가 그걸 거절했다”고 전했다.

제작진이 주변 탐문을 통해 알아본 결과 양씨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교회 찬양팀을 하면서 평판도 좋았다. 그는 한 음악학원의 기타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A씨 어머니는 “가슴이 아픈 건 저희 딸은 잘 가르치고 있는 학생도 많았었는데 레슨조차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 저 사람은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

제작진이 교회 앞에서 찾은 양씨는 “제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그랬다. 그냥 관심 있어서 (사진을) 수집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A씨의 탓도 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그 친구는 보컬을 하고 싶어했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와서 제가 도와줬다”며 “나도 좋아했고 잘될 뻔도 했다. 그 친구가 저한테 만남을 갖자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양씨의 아버지 역시 잘못에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A씨의 옷차림 등을 탓했다. 양씨 아버지는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입장이 다르다.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보면 욕구를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간만 가슴이 드러나면 남자들은 올라온다. 그건 주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며 “피해자에게 보상은 다 해 드리고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양씨의 변명에 대해 A씨는 “제가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타를 좀 하면 가산점을 받는다고 해서 좀 알려 달라고 한 게 다였다”며 “그 기억을 혼자만의 상상으로 조작했다”고 했다. 인터뷰하면서 A씨는 또 두려움에 손을 떨었다.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일상생활에 큰 타격을 받았다.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인적이 뜸한 시간에만 외출하게 됐다. 남 눈치를 보면서 옷도 예전처럼 입을 수 없게 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궁금한 이야기 Y’에 “(양씨의 행동은) 거절당한 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시도의 결과라고 본다. 사진을 갖고 있을 때 전리품을 획득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음란물유포 혐의로 지난 5일 양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음란물유포죄가 인정되면 징역 1년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지혜 변호사는 “제3자를 인터넷상에서 사칭해서 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을 ‘프로파일 스쿼팅 범죄’라고 하는데 최근 3, 4년 사이에는 성범죄로 발전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나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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