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여군 성추행' 여군 중사 판결 뒤집혀…2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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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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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 2021년 8월 육군 한 보병사단에서 여군 하사가 선배 여군 중사를 추행 혐의로 신고하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 사건은 군 특유의 폐쇄적·수직적 구조와 함께 부적절한 사후조치까지 더해진 총체적 난국으로 파악된다. CBS노컷뉴스는 오랜 기간 취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쳤고, 그 결과를 여러 차례 기사에 나눠 독자들께 전한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같은 숙소 여군 중사가 추행…후배 여군 하사, 공포에 떨었다
②여군 성추행 피해자에 "가해자와 한 팀 해" 황당한 軍
③후배 여군 성추행 혐의 여군 중사 재판行
④'여군 후배 성추행' 여군 중사 1심서 유죄…고소한 다른 남군은 무죄
⑤'후배 여군 성추행' 여군 중사 판결 뒤집혀… 2심서 '무죄'
(계속)

지난해 CBS노컷뉴스가 연속 보도했던, 육군 모 후방 사단에서 같은 숙소를 쓰던 후배 여군 하사를 추행한 혐의를 받는 여군 중사가 1심과는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전지원 재판장)는 후배 여군 A하사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여군 B중사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7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B중사는 육군 한 후방 사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2020년쯤 후배 여군 A하사와 같은 숙소를 썼는데, 이듬해 8월 A하사가 B중사에게 숙소 등에서 추행을 당했다며 그를 신고했다. A하사는 B중사와 같은 숙소를 쓰지 않게 된 뒤에도 업무, 간담회, 집체교육 등에서 마주치는 일이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추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B중사는 A하사를 6번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방부 2지역군사법원은 올해 초 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B중사는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추행이 아니었다'고 진술하면서, 사건 증인들의 진술이 수사 단계부터 번복됐고, 증인들이 자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으므로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 A하사가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에 이르기까지 주요 피해사실에 대해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경험칙상 진술에서 오류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에서 B중사의 범죄혐의에 대해 진술한 증인들의 이야기가 피해사실과 일치한다고 판단, '그들이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신빙성이 없다'는 B중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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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숙소에서는 자신에게 신체 접촉 행위를 한 사실이 없었고, 사무실에서 신체 접촉이 반복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만약 그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고자 했다면 타인의 눈을 피하고 범행을 저지르기에 용이한 숙소에서도 피해자를 추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사무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만 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진술은 비합리적이고 경험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공소사실에 기재된 (6번의) 행위 외에도 다수의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피고인이 평소 친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피해자에 대한 친근감의 표현에서 이와 같은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평소 빈번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피해자와 목격자들이 피고인의 행동과 경위를 부풀려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설령 진술과 같이 피해자의 내심 의사에 반해 만진 사실이 있었다 해도, 비춰보면 각 행위 당시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당시 추행 장면을 목격했던 증인들(군 동료)의 반응을 설명하며 "피해자도 피고인의 면전에서 특별히 불편한 감정이나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주위 동료들의 시선에도 이를 보고 피고인의 신체 접촉이 친밀감의 표현 정도로 여겨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성적 지향에 대해 듣기 전까지 신체 접촉 행위에 대하여 별다른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친밀감의 표현 정도로 생각하고 이를 용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뒤에도 신체 접촉을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였을 뿐 신고까지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증인들이 피고인과 '적대적 관계'에 있고 '협박성 발언과 행동'을 해 피해자가 신고에 이르게 됐다면서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원심에서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하지 말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에 관한 소문을 들은 뒤부터 신체 접촉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더라도 피고인은 이를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종전에 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친밀감 등의 표현으로 피해자와 신체 접촉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중사 측 변호인은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1심 선고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건 담당 수사관의 수사보고서를 입수했고, 거기에 무죄의 증거가 될 만한 진술이 존재했다"며 "무죄가 나와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건 담당 군 검사는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한 질문에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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