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들 극심한 공포·불안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또래 청소년들을 유인한 뒤 신체 노출 사진 및 영상 등 성 착취물을 제작한 1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치 못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미성년자의 엽기적 범행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김형진)는 청소년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 및 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군(17)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했다.
A군은 지난해 4~11월 약 7개월간 SNS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신체 노출 사진 또는 영상을 찍게한 뒤 해당 촬영물을 전송받거나 녹화하는 수법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A군은 성 착취물을 받은 이후에는 돌변해 피해자들을 협박하면서 성 착취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후에도 A군이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항소심 재판부도 고개를 저었다. 재판장은 “n번방 사건 이후 성 착취 범죄가 큰 죄라는 게 잘 알려졌는데도 여러 차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죄질과 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들은 상당한 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군 측은 “형량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원심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협박에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 피해자를 상대로는 가학적인 내용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며 “피해자 중 1명은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재차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