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안잡혀”...성관계 사진 대놓고 유포했는데 수사 중지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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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11.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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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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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온상’ 우울갤에 보복성 음란물 유포
고소했지만 ‘가해자 불특정’으로 수사 중지
전문가 “VPN으로 우회해 잡기 어려워”
피해자 우울증 극심해져 정상 생활 불가능


지난해 9월 디시인사이드 우울갤러리에서 A씨의 나체사진을 유포한 한 유저가 올린 게시글이다. [자료=디시인사이드 우울갤러리]
최근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우울갤)가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커뮤니티 내에서 헤어진 연인을 대상으로 한 보복성 음란물(리벤지 포르노)도 유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IP추적이 어려워 현재 수사는 중지된 상황이다.

1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9월 우울갤의 한 여성 사용자 A씨(20대)가 커뮤니티에 자신의 나체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며 경찰에 고소했지만 지난달 ‘가해자 불특정’으로 수사가 중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진 원본은 2020년께 사이트에서 만난 남성 B씨(40대)가 올린 것으로, B씨는 A씨와 관계가 틀어지자 합의하고 찍은 성관계 사진을 무단 유포했다.

B씨는 2021년 음란물 유포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사진이 다수의 사용자(유저)에게 노출되고 난 후 2022년에 다시금 커뮤니티에서 유포됐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A씨의 나체사진 약 20여장을 사이트에 올리며 “XX(A씨 닉네임)야 죽어라”, “죽어”와 같은 댓글들을 달았다.

익명의 유저가 A씨의 전화번호를 사이트에 올리자 A씨 카카오톡으로 자살을 조장하는 메시지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유저 5명을 신고했지만 이들은 대체로 VPN을 이용해 사이트에 접속했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았다.

VPN은 장치의 실제 IP주소를 가상 IP주소로 대체하고 데이터를 암호화할 수 있는 가상 사설망을 의미한다.

IP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에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실제 유저들이 이러한 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사진을 유포하고 자살을 조장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보였다.

A씨의 나체 사진을 사이트에 올린 한 유저는 “XX(피해여성 닉네임) 고소 못함ㅋㅋ왜인줄 앎? 우리집 와이파이가 아니거든ㅋㅋ”이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만의 ‘유동적 닉네임(유동닉)’이라는 제도도 개인을 특정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유저가 ‘유동닉’을 선택하면 때마다 사용할 닉네임과 비밀번호만 입력해 글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유동닉을 사용 시 개인정보 파악이 어렵다.

A씨는 우울갤에서 3년 동안 활동한 고정 닉네임 유저였다.

반면 보복성 음란물을 유포하고 악플을 단 이들은 유동닉 유저들이었다.

현재 A씨는 우울증이 극심해져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A씨는 수사가 중지된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하고 있다.

법무법인 에스의 조성근 형사전문변호사는 “VPN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면 추적이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잡기 어렵다”며 “보통 (IP가) 외국을 거쳐 오는데 이렇게 되면 각국의 경찰에 영장을 신청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울갤 보복성 음란물 사건은 VPN에 유동닉이라는 문제도 이중적으로 얽혀 있기에 검거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혁 서울사이버대학교 정보보호학 교수는 “일반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당국에 사전 신고하고 보안을 검증받는 게 제도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라며 “특히 전자상거래 같은 부분은 VPN과 관련해 사전 규제나 감독, 처벌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사각지대인 셈”이라고 전했다.

현재 VPN을 이용해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별다른 자구책이 없는 상황이다.

조 변호사는 “최소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입력한 상태에서 ‘익명 게시판’을 만들어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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