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추워, 숙소 가면 안 될까?”…어린 부사관에 치근덕댄 행보관 ‘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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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회식 자리에서 18년 차이 나는 하급 부사관을 상대로 신체 접촉을 하고 이후 부적절한 문자를 보낸 행정보급관을 감봉에 처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3행정부(재판장 엄상문)는 행정보급관 A씨가 국군지휘통신사령관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A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최근 확정됐다.

재판부는 “A씨 징계사실은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0년 2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회식이 끝난 뒤 임관한 지 4년밖에 안 된 하급 부사관에게 “보고싶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OO(B씨)아 나 추워”, “잠깐 가면 안될까?”, “나 너 정말 보고싶어”라는 등의 메시지를 연달아 전송했다.

또 메시지를 보내고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까지 약 1시간 동안 총 17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는 A씨가 성희롱을 했다고 보고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했다. 국방부는 감봉 3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A씨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식을 마쳤고 이후 새로 마련된 술자리에 자신도 참석하고 싶다는 취지로 연락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회식을 마치고 귀가했고 B씨 일행은 숙소로 돌아가던 중 예정에 없던 술자리를 가졌다. A씨가 추가 술자리의 존재를 몰랐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합류하기 위해 연락했다는 진술을 신뢰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술자리 장소를 묻거나 술자리에 동석하겠다는 내용이 없고 A씨는 그와 같이 추가 술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이와 직급에 큰 차이가 있어 회식 자리에서 B씨로서는 A씨와의 대화에 긍정적·적극적 태도로 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지적대로 B씨가 A씨의 손을 잡는 장면도 일부 발견되지만 이는 B씨가 대화 중 다소 흥분한 A씨를 말리거나 A씨 말에 맞장구를 치는 등의 상황에서 일어난 접촉”이라며 “반면 A씨가 B씨에게 신체 접촉을 하는 장면은 횟수가 더 많고 B씨가 다소 꺼려하는 기색이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상사와의 불쾌한 신체 접촉 후 그 상사가 ‘날씨가 추우니 B씨의 숙소에 가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말을 하고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연속해 보내면서 1시간 사이에 17번 전화를 했다면 평균적 일반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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