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후배 성추행' 여군 중사 1심서 유죄…고소한 다른 남군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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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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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2지역군사법원, 강제추행 혐의 B중사 징역 6월·집유 1년 선고
"피해자 진술 일관되며, 다른 증인들 진술도 피해사실과 일치"
검찰과 B중사 측 모두 판결에 항소, 서울고등법원서 2심 예정
B중사 "남군이 스토킹해 신고했는데, 그 남군과 친한 여군이 추행 신고"
해당 남군 D중사 1심 벌금 200만원…최근 서울고법서 무죄 확정
"여군 숙소 건물 잠금장치 없고, 짧은 시간만 들어갔다가 바로 나와"
육군 "관련 법규와 절차 의거해 인사조치 진행 중"
편집자 주
지난 2021년 8월 육군 한 보병사단에서 여군 하사가 선배 여군 중사를 추행 혐의로 신고하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 사건은 군 특유의 폐쇄적·수직적 구조와 함께 부적절한 사후조치까지 더해진 총체적 난국으로 파악된다. CBS노컷뉴스는 오랜 기간 취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쳤고, 그 결과를 여러 차례 기사에 나눠 독자들께 전한다.
▶ 글 싣는 순서
①같은 숙소 여군 중사가 추행…후배 여군 하사, 공포에 떨었다
②여군 성추행 피해자에 "가해자와 한 팀 해" 황당한 軍
③후배 여군 성추행 혐의 여군 중사 재판行
④'여군 후배 성추행' 여군 중사 1심서 유죄…고소한 다른 남군은 무죄
(계속)


사진공동취재단·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해 CBS노컷뉴스가 연속 보도했던, 육군 모 사단에서 같은 숙소를 쓰던 후배 여군 하사를 추행한 혐의를 받는 여군 중사에 대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 2지역군사법원은 후배 여군 A하사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던 육군 모 전방 사단 소속 B중사에게 지난 1월 30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부사관 이상의 군 간부는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 임용결격사유에 해당돼, 자동으로 군복을 벗게 된다.

재판부 "피해자 진술 일관되며 증인들 진술 피해사실과 합치"…서울고법서 2심 예정

B중사는 육군 한 후방 사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2020년쯤 후배 여군 A하사와 같은 숙소를 썼는데, 이듬해 8월 A하사가 B중사에게 숙소 등에서 추행을 당했다며 그를 신고했다. A하사는 B중사와 같은 숙소를 쓰지 않게 된 뒤에도 업무, 간담회, 집체교육 등에서 마주치는 일이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추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재판부에 따르면 B중사는 '신체적인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추행이 아니었다'고 진술하면서, 사건 증인들의 진술이 수사 단계부터 번복됐고, 증인들이 자신과 적대적 관계에 있으므로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 A하사가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에 이르기까지 주요 피해사실에 대해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경험칙상 진술에서 오류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에서 B중사의 범죄혐의에 대해 진술한 증인들의 이야기가 피해사실과 일치한다고 판단, '그들이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신빙성이 없다'는 B중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 이후 이에 불복한 B중사와 검찰 모두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열리게 된다. 취재진은 B중사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B중사 "남군이 스토킹해 신고했는데 그 남군과 친한 여군이 나를 신고"…해당 남군 무죄 확정


B중사는 이 사건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입장을 묻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한 남군이 저를 스토킹해 제가 신고를 했고, 남군의 평소 친한 지인인 여군(A하사)이 성추행 신고를 했는데 다분히 악의적인 신고"라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그는 같은 부대 남군 D중사를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했는데, 법원이 2심에서 D중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이 확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주거침입 혐의로 1심 군사법원에서 벌금 200만원형을 선고받았던 육군 모 후방 사단 소속 D중사에 대해 지난 1월 12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군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D중사는 여군 B중사와 한때 친밀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데, 그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해 2021년 초쯤부터 여군 숙소 등지에서 관련 증거를 찾던 과정에서 주거침입 혐의로 B중사에게 고소됐다.

앞서 D중사는 지난 2021년 3월 어느 날 저녁, 연락 없이 B중사 숙소 앞에 찾아갔다가 그가 귀가하는 것을 보고 계단을 올라갔다가 그와 마주치게 됐다. D중사는 "여기서 뭐 하십니까"라고 묻는 B중사의 질문에 "담배 피우러 왔다"고 말하며 나간 뒤, 잠시 후 그와 통화하며 '사과를 하려고 전화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이 점에 착안해 2021년 4월 D중사가 B중사 숙소를 찾아간 일이 B중사의 의사에 반하고, D중사도 이를 인식하였으므로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곧장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D중사가 실제로 여군 숙소 공용 복도에 간 시간이 30초 미만인 점, B중사가 설치한 CCTV를 보자마자 바로 나간 점에 미뤄 주거의 평온을 해칠 의도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물에 잠금장치 등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이를 통제하기 위한 입주민(해당 숙소에 살고 있는 여군)들의 노력 등이 없는 점에 미뤄 주거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앞서 B중사가 취재진에게 주장했던 내용을 다시금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B중사 본인은 유죄를 선고받았고 D중사의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러한 재판 결과는 B중사의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점이 있다고 해석된다.

D중사는 취재진에게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저를 포함해 잘못한 부분은 거짓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증거 앞에 겸손하고 처벌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기소휴직된 상태다.

육군은 "민간법원의 무죄 판결에 따라 관련 법규와 절차에 의거해 인사조치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세부 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알려드릴 수 없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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