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 관계라 반항 못했다"‥해군 장교 성폭행 유무죄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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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31. 오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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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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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해군에서 근무하는 한 여장교에게 직속 상관 두 명이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는데요,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놨습니다.

군대에서 지휘관은 절대 복종해야 하는 존재여서 반항을 하지 못한 거라면서 상관 한 명에게는 유죄를 인정했는데요.

나머지 한 명은 무죄라고 결론 내리면서, 피해자와 여성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0년, 해군 1함대에 막 부임한 여군 중위, 직속 상관인 소령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하게 됐다며, 함장인 김모 중령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김 중령은 오히려 이 사실을 약점 삼아, 여중위를 또 성폭행했습니다.

지난 2018년 군사법원은 김 중령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2심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의 기억을 믿기 어렵고, 팔을 붙잡은 정도만으로 저항할 수 없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3년 4개월이나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뒤집고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주요 진술은 일관돼 믿을만 한데다, 군생활을 막 시작한 초급 장교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는 지휘관이란 관계는, 그 자체로 반항을 어렵게 하는 유형력, 즉, 폭력과 다름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성폭행과 임신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팔을 붙잡힌 것도 충분히 폭행으로 보인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김 중령보다 앞서 이 여장교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반복해 임신시킨 혐의를 받았던 박모 소령은 무죄가 확정했습니다.

진술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였는데, 피해자인 여장교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피해 여군 장교 (대독)]
"제가 겪어야만 했던 그 날의 고통들을, 그 수많은 날들의 기억을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한 명의 피해자가 비슷한 시기, 여러 명에게, 비슷한 범죄를 당한 경우여도, 각 사건마다 진술의 신빙성을 각각 따져 판단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가해자가 무조건 부인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반쪽짜리 판결이라고 대법원을 비판했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영상편집: 이상민/삽화제작: 이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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