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촬영 화장실 이용자라면, 피해사진 미확인에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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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15. 오후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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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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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화장실 2년여 불법촬영 개그맨 상대 민사…각 100만원 배상
재판부 “수사기관이 확보한 사진 없어도 프라이버시권 침해”
게티이미지뱅크


불법촬영이 발생한 화장실을 이용했다면 수사기관에서 피해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된 것으로 봐 범죄자로부터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법 민사34단독 김동진 부장판사는 지난 8일 한국방송(KBS) 직원들이 개그맨 박아무개씨(32)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박씨는 2018년부터 <한국방송> 연구동 여자 화장실과 탈의실에서 피해자들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시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박씨가 카메라로 화장실을 불법촬영한 2년여간의 기간에 해당 화장실을 이용한 한국방송 직원 일부는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각각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박씨 쪽은 “원고들이 앞선 유죄판결 범죄사실의 피해자란에 기재되지 않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에서 확보한 박씨의 사진·영상 파일에 원고들을 찍은 촬영물은 없기 때문에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의 모습이 촬영된 파일이 없을지라도, 해당 화장실을 계속 이용한 사람이라면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확보한 피고의 사진 파일에는 원고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진영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원고들이 가장 내밀한 사적 공간의 일종인 여성 화장실 내에서 여러 가지 생리작용을 할 때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성이 피고가 설치한 몰래카메라로 인해 상당한 정도 노출돼왔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에게 위자료로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쪽 대리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불법촬영물에 피해자 모습이 담겨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법촬영 행위 자체를 구체적 위험성으로 보고 피해배상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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