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성 몸 불법촬영 했습니다" 본인 자백에도 무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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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1.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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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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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찾은 불법촬영물, 위법 수집 증거"

불법촬영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여성의 신체를 수십 회에 걸쳐 불법촬영한 남성이 범행을 자백했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수사기관이 범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를 배제한 점이 무죄 선고 근거가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4월까지 24회에 걸쳐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들의 다리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A씨가 저지른 별건의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 소유 휴대전화를 분석하던 중 이 사건 촬영물을 발견하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했다.

1심은 A씨가 촬영한 동영상들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 입증에 쓰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촬영물들과 압수수색 영장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데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찾아 확보하는 과정에서 A씨의 참여권을 보장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수사중인 범행에 관해 휴대폰 파일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이 사건 각 동영상을 우연히 발견한 경우에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동영상들을 탐색·출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동영상을 임의로 탐색하고 캡쳐해 출력했다"며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어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불법 촬영물이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는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 간격이 짧고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물색해 촬영하는 등 수법이 동일한데, 피해자들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면 동영상을 간접·정황증거로 쓰일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증거 확보 과정에 A씨의 참여를 배제한 점이 결국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동영상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잘못은 (무죄)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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